[우리말 바루기] 첫번째, 첫 번째
'처음'이라는 것은 그 이후의 어떤 것과는 달리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기도 한다. 그래서 '첫'이 '맨 처음의'를 뜻하는 관형사('첫 경험/첫 시험/첫 월급')임에도 '첫사랑, 첫눈, 첫인상, 첫걸음마, 첫손가락' 등은 합성어로 인정돼 뒷말과 붙여 쓴다. 그러면 '첫번째/ 첫 번째'는 어떻게 써야 할까?
'첫 번째'는 관형사 '첫'과 차례나 횟수를 나타내는 의존명사 '번째'로 이뤄진 말로, 맨 처음의 차례나 횟수를 뜻한다. 그러므로 '첫 번째'처럼 띄어 써야 한다. 일부 사전에서는 '첫 번째'의 경우 '첫'이 '두 번째, 세 번째…'의 '두, 세…'와는 달리 수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맨 처음'의 뜻을 나타낸다고 봐서 합성어로 인정해 붙여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첫'이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것과 달리 '두, 세…'는 수를 나타내지만 모두 관형사이므로 특별히 '첫'만 뒷말과 붙여 쓸 이유가 없다. 더구나 '첫 번째'는 '두 번째, 세 번째…'와 연속성이 있는 말이므로 '첫 번째'처럼 띄어 쓰는 것이 합리적이다.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첫번째, 두번째…아흔아홉번째…'처럼 모두 붙여 쓰려면 이들을 모두 합성어로 보아야 하는데, 무한으로 이어지는 수와 '번째'의 결합을 모두 합성어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첫 번째'를 포함해 관형사 뒤에 '번째'가 이어진 말은 '첫 번째, 두 번째…아흔아홉 번째…'처럼 띄어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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