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11.20 15:25

가라, 와라

조회 수 9618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라, 와라

ㄱ. 얘, 늦었다. 빨리 가라.
ㄴ. 그, 모든 쇠붙이는 가라. (신동엽의 시, 껍데기는 가라)

ㄱ의 '가라'와 ㄴ의 '가라'는 형태는 같지만 쓰임의 차이가 있다. 앞의 것은 입말로서 '해라'체이고 뒤의 것은 글말로서 '하라'체이다. 그런데 ㄱ의 '가라'는 '가거라'로 고쳐 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곤 한다. 학교 문법에서는 '가다'를 '거라' 불규칙 동사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지금 빨리 와라."의 '와라'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오다'는 '너라' 불규칙 동사이므로 "지금 빨리 오너라."로 고쳐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라' 또는 '너라' 불규칙은 글말이 아닌 입말에서는 이미 그 힘을 잃어 가고 있다. '가거라, 오너라'는 권위적 상하 관계에서나 제한적으로 쓰일 뿐, 대부분의 화자들은 '가라, 와라'를 더 즐겨 쓰고 있다. 특히, 어미 '-거라'는 '가다, 자다' 등의 극히 한정된 동사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한 동사와 결합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 불규칙 현상으로 보기 어렵게 되었다. 사극이나 역사 소설에서 빈출하는 '앉거라, 듣거라, 섰거라, 닥치거라, 참거라, 읽거라'의 '-거라'는 불규칙 활용이라기보다는 '-아라/어라'의 권위적 표현에 가깝다.

안상순(사전편찬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88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148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6461
3194 포퓰리즘 / 특칭화의 문제 風文 2020.07.15 2204
3193 포클레인, 굴삭기 / 굴착기, 삽차 바람의종 2010.05.31 16497
3192 폐하 바람의종 2007.09.09 10004
3191 평어 쓰기, 그 후 / 위협하는 기록 風文 2022.12.07 2022
3190 평등을 향하여 風文 2021.11.02 1765
3189 평가하다, 때문에 바람의종 2008.11.21 7664
3188 편한 마음으로 風文 2021.09.07 1095
3187 편견의 어휘 風文 2021.09.15 1183
3186 펴다와 피다 바람의종 2012.11.27 51018
3185 펜치 바람의종 2009.04.03 9405
3184 퍼주기 바람의종 2008.12.08 6899
3183 퍼센트포인트 바람의종 2011.11.24 13392
3182 퍼드레기 바람의종 2012.09.28 12880
3181 패이다 바람의종 2008.12.11 14906
3180 패였다, 채였다 바람의종 2009.07.14 9043
3179 패수와 열수 바람의종 2008.04.29 10465
3178 패랭이꽃 바람의종 2008.02.11 9109
3177 팥죽에 새알심 바람의종 2010.11.01 11209
3176 팔자 바람의종 2007.09.08 8990
3175 팔염치, 파렴치 / 몰염치, 염치, 렴치 바람의종 2012.10.02 16100
3174 팔색조 바람의종 2009.10.07 8005
3173 파티쉐 바람의종 2009.09.18 1028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