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11.01 21:10

맹숭맹숭, 맨송맨송

조회 수 12810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맹숭맹숭, 맨송맨송

흔히, 술을 먹었는데도 좀처럼 취하지 않을 때 "오늘따라 왜 이리 맹숭맹숭하지?"라고 말한다. 또, 마땅히 할 일도 없이 우두커니 있을 때에도 "맹숭맹숭 앉아 있으려니 좀 뭣하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때의 '맹숭맹숭(하다)'은 '맨송맨송(하다)'의 비표준어다. 이 규범은 오늘날 우리의 눈과 귀에 모두 낯설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맨송맨송'을 거의 귀로 듣지 못하고 있다. 귀로 듣지 못하므로 그 표기 형태 역시 당연히 익숙지 않다. 우리가 언어생활에서 주로 듣고 쓰는 것은 '맹숭맹숭'이다.

20세기 초반의 문헌을 찾아보면 이 두 형태가 모두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20세기 전반에 편찬된 초기의 사전들이 '맨송맨송'만을 표준어로 사정한 뒤로 지금까지 '맹숭맹숭'은 표준어의 자격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실제 언어 현실에서는 '맹숭맹숭'이 '맨송맨송'을 경쟁에서 밀어낸 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비표준어로 방치돼 있는 것이다. 이제는 ''맹숭맹숭''을 표준어로 받아들일 때가 됐다.

 그렇다고 '맨송맨송'을 비표준어로 몰아낼 필요는 없다. 이 말이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수염이 없어 맨송맨송한 아래턱'의 예에서는 '맹숭맹숭'보다 '맨송맨송'이 더 어울려 보인다. 취하지 않아 정신이 말똥말똥하거나 하는 일이 없어 멋쩍을 때는 '맹숭맹숭'이, 있어야 할 털이나 수염이 없이 반드르르할 때는 '맨송맨송'이 더 잘 어울리므로, 이 두 단어는 복수 표준어로 인정되는 것이 좋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024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676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1673
2138 맨발, 맨 밑바닥 바람의종 2009.07.28 8718
2137 맨정신/맨흙 바람의종 2007.10.26 8298
2136 맵토이 바람의종 2008.09.24 6978
» 맹숭맹숭, 맨송맨송 바람의종 2010.11.01 12810
2134 머슴날 바람의종 2009.08.02 7232
2133 머지않아 바람의종 2010.03.22 11248
2132 머지않아/멀지않아 바람의종 2009.02.04 10290
2131 바람의종 2009.05.06 7851
2130 먹거리 바람의종 2010.11.03 10079
2129 먹거리, 먹을거리 바람의종 2008.11.16 6080
2128 먹거리와 먹을거리 바람의종 2008.01.08 8511
2127 먹고 잪다 바람의종 2009.07.10 6640
2126 먹어 보난 바람의종 2009.05.20 7817
2125 먹어시냐 바람의종 2009.06.17 5925
2124 먹지 말앙 바람의종 2009.05.09 6905
2123 먹통 같다 바람의종 2008.01.07 9723
2122 먼지털이, 재털이 바람의종 2010.03.13 9725
2121 멀쩡하다 / 내외빈 風文 2020.06.18 1919
2120 멋, 맵시 바람의종 2010.07.18 9637
2119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風文 2023.04.17 1712
2118 멍귀·귿환·머흘쇠 바람의종 2008.06.24 6128
2117 멍텅구리 風磬 2006.11.26 722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