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내음
남쪽에선/ 과수원의 능금이 익는 냄새/ 서쪽에선 노을이 타는 내음/ …모든 육체는 가고 말아도/ 풍성한 향기의 이름으로 남는/ 상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여/ 높고 깊은 하늘과 같은 것들이여…. (김현승의 시 '가을의 향기')
가을비가 내리더니 잎들은 더욱 붉은 기운을 머금고, 제법 서늘해진 공기에서는 가을 냄새가 묻어난다. '가을 냄새' '가을 내음' 어느 것이 더 맛이 날까. 시의 '노을이 타는 내음'처럼 '가을 내음'이 훨씬 더 맛깔스럽다. '내음'은 '바다 내음' '흙 내음' '시골 내음' '고향 내음' '사람 내음' '봄 내음' '꽃 내음' 등과 같이 시적이고 멋스러운 표현으로 두루 쓰이고 있다. 그러나 규정상 '내음'은 경상도 방언으로,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을 냄새' '바다 냄새' '흙 냄새' '시골 냄새'라고 하기에는 영 내키지 않는다. '냄새'는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현상 이상을 나타내지 못한다. 여기에서 규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발행한다. '나래→날개' '떨구다→떨어뜨리다'도 마찬가지다. 이럴 땐 우리 맞춤법 규정이 '표준어=맞는 말, 비표준어=틀린 말'이라는 이분법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야속하기만 하다. 시에선 몰라도 일반 글에서는 '내음'을 '냄새'로 쓰는 수밖에 없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61012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7537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22469 |
2732 | 자음의 짜임새 | 바람의종 | 2008.01.04 | 7206 |
2731 | 자웅을 겨루다 | 바람의종 | 2008.01.28 | 20875 |
2730 | 자욱길 | 바람의종 | 2008.01.26 | 11813 |
2729 | 자백과 고백 | 風文 | 2022.01.12 | 1537 |
2728 | 자문을 구하다? | 바람의종 | 2010.05.05 | 14100 |
2727 | 자문 | 바람의종 | 2007.08.13 | 7475 |
2726 | 자문 | 바람의종 | 2008.11.15 | 5237 |
2725 | 자막의 질주, 당선자 대 당선인 | 風文 | 2022.10.17 | 1573 |
2724 | 자립명사와 의존명사 | 바람의종 | 2010.01.28 | 13398 |
2723 | 자리 매김 | 바람의종 | 2008.10.13 | 7106 |
2722 | 자라목 | 바람의종 | 2007.03.16 | 7738 |
2721 | 자기 개발 / 자기 계발 | 바람의종 | 2011.11.24 | 12259 |
2720 | 자그마치 | 바람의종 | 2007.03.16 | 11658 |
2719 | 자(字) | 바람의종 | 2011.11.15 | 10762 |
2718 | 잎, 잎새, 잎사귀, 이파리 | 바람의종 | 2009.10.02 | 15583 |
2717 | 잊혀진(?) 계절 | 바람의종 | 2008.05.27 | 7695 |
2716 | 잊다, 잃다 | 바람의종 | 2009.11.23 | 12419 |
2715 | 있으매와 있음에 | 바람의종 | 2011.01.30 | 12632 |
2714 | 있사오니 / 있아오니 | 바람의종 | 2011.11.30 | 13142 |
2713 | 있다가, 이따가 | 風文 | 2024.01.03 | 1533 |
2712 | 있다가 / 이따가 | 바람의종 | 2010.10.21 | 10904 |
2711 | 있냐? 없냐? | 바람의종 | 2008.09.23 | 90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