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맥, 쑥, 숙맥
"외양간의 소 못 보셨소?" 장에 다녀온 아들에게 아버지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그 소는 발굽이 둘로 갈라져 못쓰겠더라. 소장수를 겨우 설득해 팔아 치웠지." 평생 글만 읽어 온 늙은 선비의 말에 아들은 가슴을 쳤다. "''쑥맥''이 상팔자라더니 속은 줄도 모르고 웃고 있소? 소 발굽은 원래 그런걸!"
옛날이야기 속 선비처럼 사리 분별을 못 하는 모자라고 어리석은 사람을 흔히 ''쑥맥''이라 발음하고 표기한다. 요즘엔 "그는 연애 한번 못한 쑥맥이야"처럼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그러나 ''쑥맥''이 아니라 ''숙맥''이 바른 표현이다. 발음도 [숭맥]이라고 해야 한다.
중국의 ''좌씨전''에 보면 주자에게는 모양이 확연히 다른 콩과 보리도 가려내지 못하는 형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콩(菽)인지 보리(麥)인지도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의 ''숙맥불변(菽麥不辨)''이 평범한 사실조차 모르는 못난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숙맥''은 이 ''숙맥불변''이 줄어든 말이다.
"그가 하는 짓을 보니 영 쑥이던데?"처럼 숙맥과 비슷한 의미의 ''쑥''이란 단어도 있어 더욱 헷갈리는 것으로 보이나 ''쑥맥''이라고 써서는 안 된다. 숙맥불변.숙맥.쑥이 표준말이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0372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96876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1852 |
2490 | 찧다 / 빻다 | 바람의종 | 2010.07.30 | 16535 |
2489 | 길이름의 사이시옷 | 바람의종 | 2010.07.30 | 8168 |
2488 | 어미 ‘-우’ | 바람의종 | 2010.07.30 | 8588 |
2487 | ~없다 | 바람의종 | 2010.07.26 | 11306 |
2486 | 놀라다 / 놀래다 | 바람의종 | 2010.07.26 | 16868 |
2485 | 추호도 없다 | 바람의종 | 2010.07.26 | 13821 |
2484 | 썰매 | 바람의종 | 2010.07.26 | 8214 |
2483 | ‘ㄹ’의 탈락 | 바람의종 | 2010.07.26 | 10565 |
2482 | 합사, 분사 | 바람의종 | 2010.07.25 | 12033 |
2481 | 빌려 오다, 빌려 주다, 꾸다, 뀌다 | 바람의종 | 2010.07.25 | 18946 |
2480 | 쪼는 맛 | 바람의종 | 2010.07.25 | 11124 |
2479 | 잿밥과 젯밥 | 바람의종 | 2010.07.25 | 11211 |
2478 | 할려고? 하려고? | 바람의종 | 2010.07.25 | 14421 |
2477 | 훈방, 석방 | 바람의종 | 2010.07.23 | 14774 |
» | 쑥맥, 쑥, 숙맥 | 바람의종 | 2010.07.23 | 12505 |
2475 | 탕비실 | 바람의종 | 2010.07.23 | 10579 |
2474 | 와/과’와 ‘및’ | 바람의종 | 2010.07.23 | 10524 |
2473 | 에누리 | 바람의종 | 2010.07.23 | 10109 |
2472 | 조개껍질 | 바람의종 | 2010.07.23 | 10461 |
2471 | 혹성, 행성, 위성 | 바람의종 | 2010.07.21 | 11229 |
2470 | 바다가재, 바닷가재 | 바람의종 | 2010.07.21 | 11753 |
2469 | 진무르다, 짓무르다 | 바람의종 | 2010.07.21 | 19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