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알갱이
"가장 괴로웠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뜨거운 태양이었나요, 타는 듯한 목마름이었나요." 사막에서 길을 잃은 여행자가 구조된 뒤 기자들에게서 질문을 받았다. 그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신발 속에 파고든 '모래 알맹이'였습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아주 사소한 문제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알려 주는 이 이야기 속의 모래는 '알맹이'로 써야 할까, '알갱이'로 써야 할까.
'알갱이'는 작고 동그랗고 단단한 물질을 가리킨다. "야구장에 소금을 뿌리면 땅이 어는 것을 막고, 소금 알갱이가 수분을 흡수해 먼지가 날리는 것을 줄일 수 있다"와 같이 쓰인다. '알맹이'는 껍데기나 껍질을 벗기고 남은 속 부분을 일컫는 말로 "밤을 까서 알맹이만 꺼냈다"처럼 사용된다.
곡식이건 모래건 작고 동글동글한 물질이면 무엇에든 사용할 수 있는 게 '알갱이'라면, '알맹이'는 껍질이 있는 것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밤은 '알맹이'뿐 아니라 '알갱이'로도 표현할 수 있지만, 소금은 '알맹이'로 쓸 수 없다. 모래 역시 '알갱이'라고 해야 한다. "그의 말은 겉만 요란했지 알맹이는 없다"처럼 '알맹이'는 사물의 핵심이 되는 중요한 부분을 가리키는 뜻으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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