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녹지 않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 선수가 불방망이를 뿜어내 보는 이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 주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무덤'이라 불리는 요미우리에서 적응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주변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 내기라도 하듯 '녹녹(?)지 않은 실력'을 연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가졌을 때 흔히 '녹녹지 않은'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녹녹지'는 '녹록하다'와 '녹녹하다'를 구별하지 못해 생기는 잘못된 표현이다.
만만하고 호락호락하다는 의미인 '녹록'은 주로 부정어와 함께 쓰여 "녹록하지 않은 사람" "녹록하게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 "녹록지 않은 상대를 만났다" 등처럼 사용된다. "녹록한 사람들도 그쯤은 한다"에서와 같이 평범하고 보잘것없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녹녹'은 '눅눅'의 작은말로, 물기나 기름기가 있어 딱딱하지 않고 좀 무르며 보드랍다는 뜻이다. "녹녹한 과자" "녹녹하게 반죽해야 더 맛있다"처럼 쓰인다. 같은 뜻이긴 하지만 '녹녹'은 주로 긍정적인 어감으로, '눅눅'은 "눅눅한 방"에서와 같이 부정적 어감으로 사용된다.
녹록지 않은 이승엽 선수의 방망이가 계속 불을 뿜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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