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 살얼음
수은주가 다시 내려갔다. 한강도 40년 만에 가장 빨리 얼어붙었다. 얼음이 얼면 계절이 정말 겨울로 접어들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얇게 살짝 언 얼음'이란 뜻의 '살얼음'을 한자어로는 '박빙(薄氷)'이라고 한다. '박빙'과 '살얼음'은 일차적으로는 같은 뜻이다. 하지만 이차적으로 쓰일 경우 뜻이 조금 달라진다.
'올 시즌 양팀의 전적은 1승1무1패로 호각세여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A건설과 B건설이 공사 수주실적 1위 자리를 놓고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유독 특정 그룹 문제만 만나면 살얼음 밟듯 몸을 사린다.'
'5공 당시 이른바 반체제 인사들은 하루하루를 살얼음판 걷듯 하면서 연행.연금.감시를 당했다.'
예문에서 보듯이 '박빙'은 주로 '박빙의' 꼴로 쓰이며, 그 뒤에 '승부, 선두, 경쟁' 등의 말이 온다. '살얼음' 뒤엔 '걷듯, 밟듯' 등의 말이 온다. 이에 따라 '박빙'은 '근소한 차이'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태'를 비유적으로 말할 때 사용되며, '살얼음'은 '위험하거나 위태로운 상태'를 비유적으로 가리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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