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거든
모든 세상살이에는 관계를 원활하게 해 주는 무엇이 필요하다. 말에서도 앞말과 뒷말을 부드럽게 이어 주는 요소가 있다. 연결어미가 그것이며, 대표적으로 '~거든'이 있다. '첫눈이 오거든 이곳에서 만납시다' 등처럼 앞말과 뒷말을 부드럽게 이어 준다. '그 여자도 너를 보는 눈빛이 이상하거든'과 같이 말이 끝날 때 '~거든'이 쓰이기도 하지만, 이때도 상대의 반응을 보거나 뒷말을 하기 위해 미리 상황을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쓰이는 '~거든'과 달리 특이한 '~거든'이 있다. 종결의 뜻인 '됐다'와 '~거든'이 결합한 '됐거든'이 그것이다. '됐다'로도 종결의 의미가 충분하지만 '~거든'이 붙은 '됐거든'은 묘하게도 일방적인 종결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말하는 중에 상대가 정색을 하고 '됐거든'이라고 하면 더 이상 얘기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무시당했다는 데서 분노가 치밀 정도다. '됐거든'이 우스갯소리로 쓰일 수도 있지만 이처럼 단절을 느끼게 하는 삭막한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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