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울, 눈자위, 눈두덩

by 바람의종 posted Oct 27, 200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눈시울, 눈자위, 눈두덩

지난 일들을 회고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화면을 재방영했다. 벌써 오래전 일이었지만 몇 십 년 만에 만난 가족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한스러웠던 지난 세월을 쏟아놓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런 경우 '눈자위가 붉어졌다'는 표현을 써도 좋을까?

'눈시울'과 '눈자위'는 뜻이 다르다. 눈시울은 '눈언저리의 속눈썹이 난 곳'을 가리키는 말이고 눈자위는 '눈알의 언저리'를 뜻하는 단어다. 눈언저리는 감정에 휩쓸리면 쉽게 뜨거워지고 붉어지지만 눈자위는 오래 펑펑 울 경우에 붉어진다. 이산가족 당사자야 눈자위가 붉어질 만큼 울겠지만 시청자는 감동해 눈물이 나더라도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이때는 '눈자위가 붉어졌다'보다는 '눈시울이 붉어졌다[뜨거워졌다]' 쪽이 잘 어울린다.

'가리려고 짙게 화장을 했지만 시퍼렇게 멍이 든 눈자위를 숨길 수 없었다' '중국에서 눈자위 지방 제거, 코 높이기 등 성형수술이 유행이다' 같은 문장 중의 눈자위도 '눈두덩'(눈언저리의 두두룩한 곳)으로 써야 문맥에 어울린다. 모두 눈자위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쓴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