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닫이, 여닫이, 빼닫이
미닫이, 여닫이, 빼닫이
오래전 한 초등학교 국어시험에 이런 문제가 나왔다. ''미닫이'를 소리 나는 대로 적으시오.' 나중에 학생들의 답안지를 채점하던 선생님은 한 학생이 쓴 답을 읽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드르륵'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우스개다.
방향에 따라 밀거나 당겨서 열고 닫는 문이나 창 따위를 '미닫이' 또는 '여닫이'라 한다. '이 출입구는 단(段) 차이나 턱이 없어야 하고 미닫이보다 여닫이가 적합하다'처럼 쓰인다. 미닫이, 여닫이와 같은 형태의 말이 또 있다. '빼닫이'다. '빼고 넣을 수 있는 서랍'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서쪽으로 머리를 둘 때, 바른편에는 조그만 탁자가 있고 왼쪽에는 노란 칠을 한 빼닫이가 달린 옷장. 아궁이는 바른쪽 탁자의 바로 뒷벽에 붙어 있다'(김수영, 「이 일 저 일」 중)와 같은 예를 볼 수 있다.
소리글자인데도 한글은 대상을 가리켜 표현해 내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빼닫이'는 '서랍'보다 훨씬 직접적이다. '빼고 닫는다'는 동작이 낱말에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미닫이, 여닫이, 반닫이, 가로닫이, 내리닫이는 표준어인데 '빼닫이'만 사투리로 버려두기엔 아까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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