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다와 누다
어린 시절 꿈속에서 뛰놀다 급해져 길가에 시원하게 쉬를 하고 일어난 아침. 어머니는 축축하게 젖은 이불에 주눅 든 나에게 키와 바가지를 주시며 키를 머리에 쓰고 이웃집에 가서 소금을 얻어 오라셨다. 하릴없이 찾아간 이웃집에서 아주머니는 키 쓴 머리 위에 부지깽이 세례를 내리셨고 혼비백산해 도망친 이후 내 야뇨증이 사라졌다던가.
요즘 들어 오줌을 '누다'와 오줌을 '싸다' 두 표현을 구별하지 않고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이 둘은 의미 차가 있다. '누다'는 배설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다라는 일반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싸다'는 바지에 배변을 한 경우처럼 참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한 일이거나, 잠자다가 이불에 실례하는 것처럼 의식하지 못하고 한 행위를 뜻한다. 오줌이 마려운 아이더러 '빨리 화장실에 가서 오줌 싸고 와'하는 것처럼 '누다'를 써야 할 자리에 '싸다'를 쓰면 속된 느낌을 준다. '싸다'라는 표현은 개구쟁이들의 이불 지도에 돌려주고 평상시 배변에는 '누다'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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