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 / 유래
입추가 지났다. 집 앞 공원에는 다양한 매미들이 여름을 구가하고 있지만 벌써 어딘가 모르게 가을 냄새가 난다. 전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길었던 이 여름도 말복이 지나면 숙어질 것이다. 저녁 무렵이면 애절하게 짝을 찾는 풀벌레들의 소리가 급박하다. 여름이 얼마 남지 않은 걸 아는 것일까. '올 여름은 유래없이 더웠다' '유래없는 저금리 시대'처럼 '유례(類例)'를 써야 할 자리에 '유래(由來)'를 잘못 쓰는 일이 많다.
한자로 써놓으면 '비슷할 류, 보기 례' '말미암을 유, 올 래'이므로 쉽게 유추할 수 있지만 한글 세대가 많아져서 그런지 잘못 쓰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유례'는 '비슷한 예'를 말한다. 도입부의 '유례없이 더웠던 여름'은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더운 여름'이라는 뜻이다. 반면 '유래'는 '사물이나 일이 생겨난 바'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튤립은 터번을 뜻하는 터키어에서 유래됐다' '성경에 나오는 장사 '삼손'에서 유래한 샘소나이트'처럼 쓸 수 있다.
유례없는 더위에 지친 분들 모두 말복에는 복달임으로 몸을 추스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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