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고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냉면만큼 시원한 음식이 없다. 냉면을 먹으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사리'가 일본말인지 우리말인지 궁금했을 것이다. 사라(さら→접시), 사라다(サラダ→샐러드), 와사비(山葵→고추냉이), 쓰키다시(突き出し→곁들이 안주), 지리(じり→백숙) 등 식당에서 일본말이 많이 쓰이는 것에 비춰 '사리'도 일본말로 생각하기 쉬우나 순 우리말이다.
'사리'는 동사 '사리다'에서 온 말이다. '사리다'는 '국수·새끼·실 등을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는 뜻이고,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 '사리'다. 냉면 사리, 국수 사리, 라면 사리, 새끼 사리 등이 있다. '사리다'는 뱀 등이 똬리처럼 몸을 동그랗게 감거나, 짐승이 겁을 먹고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를 나타내기도 한다.
어떤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슬슬 피하며 몸을 아끼는 사람에게도 '몸을 사린다'는 말을 쓴다. 이 더위에 몸을 사리지 않고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여. 시원한 냉면에 사리 하나를 추가해 맛있게 드시고 힘을 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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