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
불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음식을 맛있게 익혀 주고 어둠을 밝혀 주는가 하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가기도 한다. 산불이 무서움이나 재앙 등을 떠올리게 한다면 시청 앞 광장의 촛불 행렬은 침묵의 항의, 절제된 시민의식, 잠재된 폭발성 등을 느끼게 한다. 불이 때에 따라 성격이 변하듯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쓰이는 '불-'도 그 의미가 여럿이다.
불강도·불망나니·불여우 등에서 '불-'은 사람의 본바탕이나 하는 짓이 지독히 못됐음을 나타낸다. 여름날을 대표하는 말인 불가물·불볕·불더위에선 '몹시 심한' '타는 듯한'의 뜻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불-'이 동물이나 식물 이름 앞에 올 땐 그 색깔이 붉음을 뜻한다. 불암소·불곰, 불콩·불호박 등이 그 예다.
'불닭'의 경우는 왜 '불-'을 붙였을까? 이글이글 타오르는 숯불에 굽는 닭이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수 있겠고, 혓바닥이 불타는 듯한 매운맛이 연상될 수도 있겠다. 닭고기의 구수한 맛에다 얼얼한 맛을 더한 주인의 말솜씨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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