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립다 / 졸리다
살랑살랑 봄바람을 타고 나른한 졸음이 밀려든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스펀지처럼 눈꺼풀이 축축 늘어지는 계절이다. 우리 몸 중 가장 무거운 부위는 졸릴 때의 눈꺼풀이란 말이 우스갯소리 같지만은 않다. 풋잠이든 선잠이든 말뚝잠이든 낮잠 한숨이 그립다. 봄과 함께 찾아오는 손님, 춘곤증-. 이맘때 입버릇처럼 쏟아내는 말이 "아~ 졸립다"이다.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졸립고 피곤하다" 등처럼 일상생활에서 '졸립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한다.
그러나 이는 틀린 말이다. '자고 싶은 느낌이 들다'라는 뜻으로 쓰려면 '졸리다'라고 해야 맞다. 활용형도 '졸리워, 졸리운, 졸립고'가 아니라 '졸려, 졸린, 졸리고' 등으로 쓴다. 형용사 '놀랍다' '그립다'가 동사 '놀라다' '그리다'와 별개로 쓰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졸립다'도 '졸리다'의 형용사로 허용할 만한데 사전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춘곤증이 새로운 계절의 변화에 생체 시계를 맞추는 계절적 현상이듯 언어도 시대에 따라 유연한 규범 정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은 몽롱한 졸음 속에서라도 '졸립다'라고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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