휫바람, 휘바람, 휘파람

by 바람의종 posted Jun 3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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휫바람, 휘바람, 휘파람

'진정한 희망이란 바로 나를 신뢰하는 것이다. 행운은 거울 속의 나를 똑바로 볼 수 있을 만큼 용기 있는 자의 몫이다.'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혁 파고가 높다 보니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는 모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위에 인용한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을 반복해 보니 깊숙이 잠겨 있던 힘이 솟는 듯합니다. 번민이 몰려올 때 이를 물리칠 수 있는 노래도 있습니다. '누군가가 그리울 땐 두 눈을 꼭 감고/ 나지막이 소리 내어 휘파람을 부세요.' 어감·소리·기분 등 3박자가 조화되는 말이 '휘파람'입니다.

쉬운 용어지만 간혹 '휫바람''휘바람''휫파람' 등으로 잘못 쓰는 걸 봅니다. 이 가운데 '휘바람'은'휘파람'과 의미가 다른 말입니다. '휘바람'은'소용돌이치며 강하게 부는 바람'이란 뜻으로 '강풍은 나무 정수리들에서 휘바람을 일으키며 앙탈을 썼다'처럼 요즘 같은 세찬 날씨에 골라 쓸 수 있는 단어입니다. '휘파람'은 흔히 알고 있듯이 입술에 바람을 싣고 음률에 맞춰 맑게 흥얼거리는 것이지만 더 재미있는 용례가 있습니다. 자맥질하는 해녀들을 보셨을 겁니다. 거친 바다로 비유되는 질곡의 삶, 숨쉬기조차 힘든 바닷속 공간에서의 탈출을 위한 '숨비소리(참고 있던 힘을 몰아내는 소리)'도 휘파람의 일종입니다. 입술을 오므리고 혀끝으로 입김을 넣어 '휘휘'소리를 내는 게 쉬운 듯하지만 행위 이면에 삶의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모든 이의 아픔을 담고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