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더러, 너더러, 저더러
날더러, 너더러, 저더러
'세기의 미인'으로 불렸던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 번째 남편이 죽은 뒤 또다시 스캔들이 나자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날더러 어쩌라고? 혼자 살란 말이냐?"며 일축하고 다섯 번이나 결혼식을 더 올려 문화적 충격을 던져 줬다. 이젠 일화가 돼 버린 그의 말처럼 평소 사람들이 "날더러 그 말을 믿으란 거냐" "날더러 누구냐고 묻더군" 등으로 쓰는 것을 자주 본다.
그러나 '날더러'는 바른 표기가 아니다. '날더러'는 '나+ㄹ+더러'로 구성돼 있다. '나'는 일인칭 대명사, '-ㄹ'은 받침 없는 체언에 붙어 '-를'보다 구어적으로 쓰이는 목적격 조사, '-더러'는 한테.보고와 함께 입말에서 '-에게' 대신 많이 사용하는 부사격 조사다. 격조사는 체언 뒤에 붙어 그 체언이 문장 안에서 일정한 자격을 갖도록 해 준다. 뜻을 더해 주는 보조사와 달리 다른 격조사와 결합할 수 없고 하나의 체언에 하나의 격조사만 쓰이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소유의 의미를 나타내는 관형격 조사 '-의'는 '학교에서의 행동'처럼 다른 격조사와 어울릴 수 있다.
따라서 '나' 뒤엔 두 개의 격조사가 나란히 올 수 없다. 의미상으로도 뜻이 통하지 않는다. 위 예문은 어떤 행동이 미치는 대상을 나타내는 조사 '더러'만을 써서 '나더러'로 바꿔줘야 바른 문장이 된다. '너'나 '저' 뒤에 올 때도 너더러ㆍ저더러로 써야 한다. "날 보러 왔니?" "널 정말 좋아해" "절 부르셨어요?" 등은 각각 '나를, 너를, 저를'이 준 말로 '나더러'와는 쓰임새가 다르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61614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8186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23064 |
1148 | 연합전술로 패했다 | 바람의종 | 2010.07.30 | 9793 |
1147 | 길이름의 사이시옷 | 바람의종 | 2010.07.30 | 8182 |
1146 | 어미 ‘-우’ | 바람의종 | 2010.07.30 | 8624 |
1145 | 썰매 | 바람의종 | 2010.07.26 | 8228 |
1144 | ‘ㄹ’의 탈락 | 바람의종 | 2010.07.26 | 10673 |
1143 | 잿밥과 젯밥 | 바람의종 | 2010.07.25 | 11233 |
1142 | 할려고? 하려고? | 바람의종 | 2010.07.25 | 14638 |
1141 | 와/과’와 ‘및’ | 바람의종 | 2010.07.23 | 10532 |
1140 | 에누리 | 바람의종 | 2010.07.23 | 10150 |
1139 | 조개껍질 | 바람의종 | 2010.07.23 | 10505 |
1138 | 작다와 적다 | 바람의종 | 2010.07.21 | 12861 |
1137 | 주격조사 | 바람의종 | 2010.07.21 | 9553 |
1136 | 어미 ‘-디’ | 바람의종 | 2010.07.20 | 7367 |
1135 | 나룻 | 바람의종 | 2010.07.20 | 9651 |
1134 | 깜빡이 | 바람의종 | 2010.07.20 | 9496 |
1133 | 구소련 | 바람의종 | 2010.07.20 | 11853 |
1132 | 부수다와 부서지다 | 바람의종 | 2010.07.19 | 8142 |
1131 | ‘-다랗다’ | 바람의종 | 2010.07.19 | 9747 |
1130 | 한글 | 바람의종 | 2010.07.19 | 8783 |
1129 | 싸대기 | 바람의종 | 2010.07.19 | 9007 |
1128 | 시각과 시간 | 바람의종 | 2010.07.18 | 10325 |
1127 | 당기다와 댕기다 | 바람의종 | 2010.07.18 | 105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