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씨의 사용
말을 어떻게 하고, 잘 헤아리느냐에 따라 삶에 추진력이 붙기도 하고 기분이 저하되기도 한다. 우리말 토씨의 쓰임새는 매우 다양하다. '은퇴 후 무얼 하시겠습니까?'라는 물음에 '그저 여행이나 다니고 밭이나 갈아야겠다'고 대답했다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여기에 쓰인 토씨 '-이나'를 보면 상황에 따라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면서 마치 그것이 마음에 차지 않는 것처럼 겸손을 가장할 때나 '최소한 허용할 수 있는 마지못한 선택'이라는 것을 은연중 나타내는 기능이 한쪽에 자리잡고 있다. '100명이나 모였다' '벌써 반이나 끝냈다'에서는 '-이나'가 생각했던 것보다 정도가 커 놀람의 뜻이 수반되는 경우지만,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 '엿이나 먹어라'에서는 '-이나'가 부정적 이미지로 쓰여 어감이나 분위기를 좋지 않게 하는 때가 있는 등 같은 토씨라도 상황에 따라 쓰임이 다르므로 주의해야 한다.
반면 앞의 물음에 '여행도 다니고 밭도 갈고…'라고 대답했다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아기가 눈도 크고 입도 예쁘다' '임도 보고 뽕도 따고'등에 쓰인 '-도'는 주어가 처한 상황이나 마음의 상태가 긍정적인 자질의 단어(웃다, 좋다, 아름답다 등)와 합쳐질 때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진다. 여러 대상이나 일의 상태를 한 덩어리로 해 놀라움·감탄·기쁨 등을 크게 한다.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 기분이 밝아짐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어떤 토씨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말의 진의가 잘못 전달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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