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년회(忘年會)

by 바람의종 posted May 3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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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년회(忘年會)

2004 갑신년의 달력이 한 장만 덩그러니 남았다. 달력을 들여다보면서 연말 모임 날짜를 잡을 때다. 연말 모임을 보통 '망년회'라 부른다. '망년회(忘年會)'의 '망년'은 망년지교(忘年之交) 또는 망년지우(忘年之友)에서 온 말이다. 나이를 따지지 않고 사귀는 벗을 망년지교(망년지우)라 한다.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서로 친구로 사귄다는 뜻이다. 일본에선 오래 전부터 섣달 그믐께 친지들끼리 모여 흥청대는 세시민속이 있었는데, '망년지교'에서 글자를 따 '망년(忘年)' 또는 '연망(年忘)'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망년회의 뿌리가 됐다.

하지만 '망년지교'의 '망년'과는 의미가 다르다. '망년회'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한 해(年)를 잊는(忘) 모임(會)'이란 뜻이다. 한 해를 잊는다는 의미가 우리에겐 친숙하게 와 닿지 않는다. 우리식으론 '송년회(送年會)'다. '송년'은 한해를 보낸다는 의미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의 송구영신(送舊迎新)과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송년회'는 차분히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준비하는 자리라는 의미다. 먹고 마시며 한 해를 잊어버린다는 뜻의 '망년회'와 다르다. '망년회' '망년 모임' '망년 술자리' '망년 등반' '망년 여행' 등은 '송년회' '송년 모임' '송년 술자리' '송년 등반' '송년 여행'으로 바꿔 써야 한다. '망년회'는 어감도 좋지 않다. 우리식대로 '송년회'로 쓰면 '망'이 '잊을 망'인지 '망할 망(亡)'인지 궁금할 이유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