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5.28 16:38

껍질, 껍데기

조회 수 10689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껍질, 껍데기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불가에 마주 앉아 밤새 속삭이네. ~' '조개껍질 묶어'라는 노래의 가사다. 과거 즐겨 듣던 곡이고, 야유회 등에서 자주 불렀다. 좋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는 '껍질'과 '껍데기'의 구분에 많은 혼란을 초래했다.

'껍질'은 양파·귤·사과 등의 겉을 싸고 있는 부드러운 층(켜)을, '껍데기'는 달걀·조개 등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을 뜻하므로 조개의 경우 '껍데기'가 맞다. 이 노래 때문에 '조개껍데기'보다 '조개껍질'이라 부르는 것이 편하고, 전체적으로 '껍질'과 '껍데기'의 차이가 잘 와 닿지 않는다. 달걀껍질·귤껍데기 등처럼 대충 편한 대로 쓰고 있다. 여행을 하다 조껍데기술에 돼지껍데기 안주로 한잔하는 경우가 있다. 맛은 좋지만 모두 맞지 않은 말이다.

조(좁쌀)는 먹을 것이 부족했던 옛날 식량으로 큰 몫을 했다. 특히 제주도에서 좁쌀 가루로 만든 떡을 '오메기떡'이라 하는데, '오메기'는 좀 오므라들게 만들었다는 데서 온 말이라고 한다. 조 껍질로 만든 술도 덩달아 '오메기술'이라 부르게 됐다. 언제부터인가 조를 갈아 만든 술을 '조껍데기술'이라 부른다. 옛날에는 조 껍질로 만들었으므로 '조껍질술'이 성립하지만 요즘은 알갱이로 만들기 때문에 이마저 어울리지 않는다. '좁쌀술'이 적당한 표현이다.

'돼지껍데기'도 '돼지껍질'이라 불러야 한다. 껍질이나 껍데기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말의 풍부한 어휘를 원래 뜻에 맞게 살려 쓰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270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936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4105
1148 ‘곧은밸’과 ‘면비교육’ 바람의종 2010.04.26 10396
1147 쿠사리 바람의종 2010.04.26 12196
1146 우연찮게 바람의종 2010.04.26 8348
1145 가시버시 바람의종 2010.04.26 10145
1144 한자의 두음, 활음조 바람의종 2010.04.26 12362
1143 내 자신, 제 자신, 저 자신, 너 자신, 네 자신 바람의종 2010.04.26 21073
1142 ~라고 믿다 바람의종 2010.04.27 10992
1141 ~섰거라 바람의종 2010.04.27 10743
1140 ‘렷다’ 바람의종 2010.04.27 9684
1139 알맹이, 알갱이 바람의종 2010.04.27 9533
1138 연출했다 바람의종 2010.04.27 8296
1137 엄치미 개겁구마! 바람의종 2010.04.30 10046
1136 ‘통장을 부르다’와 ‘시끄럽다’ 바람의종 2010.04.30 12306
1135 곤욕과 곤혹 바람의종 2010.04.30 9414
1134 의존명사 ‘만’ 바람의종 2010.04.30 11131
1133 진짜 바람의종 2010.04.30 7984
1132 절이다, 저리다 바람의종 2010.04.30 14154
1131 오버로크 바람의종 2010.05.05 11421
1130 명태의 이름 바람의종 2010.05.05 10597
1129 자문을 구하다? 바람의종 2010.05.05 14106
1128 혼동, 혼돈 바람의종 2010.05.05 13285
1127 실버 바람의종 2010.05.05 902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