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5.24 09:19

깨치다, 깨우치다

조회 수 9998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깨치다, 깨우치다

"하늘을 보면 푸르기만 한데, 하늘 천(天)자는 푸르지 않으니 읽기 싫어요!"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창애 유한준에게 보낸 '답창애(答蒼厓)'의 일부다. 훈장이 천자문 읽기를 게을리하는 제자를 꾸짖자 그 제자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이는 천지현황(天地玄黃,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을 두고 한 말이다. 제자의 눈엔 하늘이 검지 않고 푸른데, 이런 그릇된 이치는 배우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연암은 창애에게 글을 쓰는 데 있어 기교나 관습에 치우쳐선 안 된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깨치다'를 써야 할 자리에 '깨우치다'를 쓰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 반대의 예도 많다. "우리가 스스로의 경험으로 인생의 참된 맛을 깨우치는 것보다 삶을 더 진지하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한글을 깨우친 자녀에게는 만화를 읽히지 않는 게 독서 능력을 키우는 데 좋다는 조언을 들었다" 등에서 '깨우치다'는 바로 쓰인 것일까? '깨치다'는 '일의 이치 따위를 깨달아 알다', '깨우치다'는 '모르는 것을 깨달아 알게 하다'라는 뜻이다. 즉 '깨치다'는 스스로 모르던 것을 알게 됐을 때 쓰고, '깨우치다'는 깨닫도록 남을 가르쳐 주는 경우에 사용한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동작이나 행동을 하게 할 때는 '깨치다'의 어근에 사동 접사인 '-우-'를 붙인 '깨우치다'를 쓰면 된다.

위 문장에선 주체가 남이 아닌 나 자신이므로 '깨치는(깨닫는)' '깨친'으로 고쳐야 한다. "그는 네 살 때 수학의 원리를 깨쳤다" "그의 잘못을 깨우쳐 줬다" 등처럼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선택해 써야 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383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1047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5112
1874 생물·화학무기 바람의종 2008.04.05 10521
1873 생략되는 주격조사 바람의종 2010.01.23 9652
1872 생때같다 바람의종 2010.03.09 12633
1871 생때, 생떼 바람의종 2010.04.10 10017
1870 생각보다, 효녀 노릇 風文 2022.09.02 1598
1869 생각두룩새 바람의종 2009.05.28 5745
1868 생각 뒤 바람의종 2009.08.05 8369
1867 샘골과 시암실 바람의종 2008.06.12 5992
1866 샌드위치 바람의종 2008.02.15 7714
1865 샌님 風磬 2006.12.29 10750
1864 색깔이름 바람의종 2008.01.29 22090
1863 색감 바람의종 2009.02.04 6444
1862 새해 인사 바람의종 2008.06.03 6611
1861 새이방우, 새미골 바람의종 2008.07.05 6754
1860 새의 꼬리 바람의종 2010.02.07 8465
1859 새말의 정착 바람의종 2007.12.16 7714
1858 새말과 소통, 국어공부 성찰 風文 2022.02.13 1567
1857 새말과 사전 바람의종 2007.10.31 6459
1856 새말 만들기 바람의종 2007.10.12 7858
1855 새로운 한자어, 이름과 실천 風文 2022.06.18 1518
1854 새라새롭다 바람의종 2008.02.29 9648
1853 새나 짐승의 어린 것을 이르는 말 바람의종 2010.04.02 1137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