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치다, 깨우치다
"하늘을 보면 푸르기만 한데, 하늘 천(天)자는 푸르지 않으니 읽기 싫어요!"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창애 유한준에게 보낸 '답창애(答蒼厓)'의 일부다. 훈장이 천자문 읽기를 게을리하는 제자를 꾸짖자 그 제자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이는 천지현황(天地玄黃,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을 두고 한 말이다. 제자의 눈엔 하늘이 검지 않고 푸른데, 이런 그릇된 이치는 배우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연암은 창애에게 글을 쓰는 데 있어 기교나 관습에 치우쳐선 안 된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깨치다'를 써야 할 자리에 '깨우치다'를 쓰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 반대의 예도 많다. "우리가 스스로의 경험으로 인생의 참된 맛을 깨우치는 것보다 삶을 더 진지하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한글을 깨우친 자녀에게는 만화를 읽히지 않는 게 독서 능력을 키우는 데 좋다는 조언을 들었다" 등에서 '깨우치다'는 바로 쓰인 것일까? '깨치다'는 '일의 이치 따위를 깨달아 알다', '깨우치다'는 '모르는 것을 깨달아 알게 하다'라는 뜻이다. 즉 '깨치다'는 스스로 모르던 것을 알게 됐을 때 쓰고, '깨우치다'는 깨닫도록 남을 가르쳐 주는 경우에 사용한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동작이나 행동을 하게 할 때는 '깨치다'의 어근에 사동 접사인 '-우-'를 붙인 '깨우치다'를 쓰면 된다.
위 문장에선 주체가 남이 아닌 나 자신이므로 '깨치는(깨닫는)' '깨친'으로 고쳐야 한다. "그는 네 살 때 수학의 원리를 깨쳤다" "그의 잘못을 깨우쳐 줬다" 등처럼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선택해 써야 한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39110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85702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00605 |
1583 | 새나 짐승의 어린 것을 이르는 말 | 바람의종 | 2010.04.02 | 11302 |
1582 | 새라새롭다 | 바람의종 | 2008.02.29 | 9275 |
1581 | 새로운 한자어, 이름과 실천 | 風文 | 2022.06.18 | 866 |
1580 | 새말 만들기 | 바람의종 | 2007.10.12 | 7762 |
1579 | 새말과 사전 | 바람의종 | 2007.10.31 | 6021 |
1578 | 새말과 소통, 국어공부 성찰 | 風文 | 2022.02.13 | 977 |
1577 | 새말의 정착 | 바람의종 | 2007.12.16 | 7263 |
1576 | 새의 꼬리 | 바람의종 | 2010.02.07 | 8407 |
1575 | 새이방우, 새미골 | 바람의종 | 2008.07.05 | 6650 |
1574 | 새해 인사 | 바람의종 | 2008.06.03 | 6538 |
1573 | 색감 | 바람의종 | 2009.02.04 | 6363 |
1572 | 색깔이름 | 바람의종 | 2008.01.29 | 21640 |
1571 | 샌님 | 風磬 | 2006.12.29 | 10519 |
1570 | 샌드위치 | 바람의종 | 2008.02.15 | 7613 |
1569 | 샘골과 시암실 | 바람의종 | 2008.06.12 | 5899 |
1568 | 생각 뒤 | 바람의종 | 2009.08.05 | 8317 |
1567 | 생각두룩새 | 바람의종 | 2009.05.28 | 5708 |
1566 | 생각보다, 효녀 노릇 | 風文 | 2022.09.02 | 951 |
1565 | 생때, 생떼 | 바람의종 | 2010.04.10 | 9969 |
1564 | 생때같다 | 바람의종 | 2010.03.09 | 12572 |
1563 | 생략되는 주격조사 | 바람의종 | 2010.01.23 | 95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