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5.24 09:19

깨치다, 깨우치다

조회 수 9968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깨치다, 깨우치다

"하늘을 보면 푸르기만 한데, 하늘 천(天)자는 푸르지 않으니 읽기 싫어요!"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창애 유한준에게 보낸 '답창애(答蒼厓)'의 일부다. 훈장이 천자문 읽기를 게을리하는 제자를 꾸짖자 그 제자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이는 천지현황(天地玄黃,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을 두고 한 말이다. 제자의 눈엔 하늘이 검지 않고 푸른데, 이런 그릇된 이치는 배우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연암은 창애에게 글을 쓰는 데 있어 기교나 관습에 치우쳐선 안 된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깨치다'를 써야 할 자리에 '깨우치다'를 쓰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 반대의 예도 많다. "우리가 스스로의 경험으로 인생의 참된 맛을 깨우치는 것보다 삶을 더 진지하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한글을 깨우친 자녀에게는 만화를 읽히지 않는 게 독서 능력을 키우는 데 좋다는 조언을 들었다" 등에서 '깨우치다'는 바로 쓰인 것일까? '깨치다'는 '일의 이치 따위를 깨달아 알다', '깨우치다'는 '모르는 것을 깨달아 알게 하다'라는 뜻이다. 즉 '깨치다'는 스스로 모르던 것을 알게 됐을 때 쓰고, '깨우치다'는 깨닫도록 남을 가르쳐 주는 경우에 사용한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동작이나 행동을 하게 할 때는 '깨치다'의 어근에 사동 접사인 '-우-'를 붙인 '깨우치다'를 쓰면 된다.

위 문장에선 주체가 남이 아닌 나 자신이므로 '깨치는(깨닫는)' '깨친'으로 고쳐야 한다. "그는 네 살 때 수학의 원리를 깨쳤다" "그의 잘못을 깨우쳐 줬다" 등처럼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선택해 써야 한다.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58096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204755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19601
    read more
  4. 공쿠르, 콩쿠르

    Date2009.06.16 By바람의종 Views5776
    Read More
  5. 에다 / 에이다

    Date2009.06.15 By바람의종 Views10245
    Read More
  6. 알아야 면장한다.

    Date2009.06.15 By바람의종 Views6819
    Read More
  7. 세모, 세밑

    Date2009.06.12 By바람의종 Views7150
    Read More
  8. 날염, 나염

    Date2009.06.12 By바람의종 Views9326
    Read More
  9. 선택사양

    Date2009.06.11 By바람의종 Views6745
    Read More
  10. 쿠테타, 앰플, 바리케이트, 카바이드

    Date2009.06.11 By바람의종 Views8403
    Read More
  11. 달디달다, 다디단, 자디잘다, 길디길다

    Date2009.06.09 By바람의종 Views10810
    Read More
  12. 셀프-서비스

    Date2009.06.09 By바람의종 Views5927
    Read More
  13. 날더러, 너더러, 저더러

    Date2009.06.01 By바람의종 Views7653
    Read More
  14. 그라운드를 누비다, 태클, 세리머니

    Date2009.06.01 By바람의종 Views9437
    Read More
  15. 주위 산만, 주의 산만

    Date2009.05.31 By바람의종 Views10925
    Read More
  16. 토씨의 사용

    Date2009.05.31 By바람의종 Views6188
    Read More
  17. 망년회(忘年會)

    Date2009.05.30 By바람의종 Views6014
    Read More
  18. 재원(才媛), 향년

    Date2009.05.30 By바람의종 Views10000
    Read More
  19. 여부, 유무

    Date2009.05.29 By바람의종 Views15340
    Read More
  20. 미소를 띠다 / 미소를 띄우다

    Date2009.05.29 By바람의종 Views14309
    Read More
  21. 눌은밥, 누른밥, 누룽지 / 눌어붙다, 눌러붙다

    Date2009.05.28 By바람의종 Views14154
    Read More
  22. 껍질, 껍데기

    Date2009.05.28 By바람의종 Views10662
    Read More
  23. 사열 받다, 사사 받다, 자문 받다

    Date2009.05.26 By바람의종 Views12044
    Read More
  24. 여우비

    Date2009.05.26 By바람의종 Views6825
    Read More
  25. 두루치기

    Date2009.05.25 By바람의종 Views11373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