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5.24 09:19

깨치다, 깨우치다

조회 수 9952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깨치다, 깨우치다

"하늘을 보면 푸르기만 한데, 하늘 천(天)자는 푸르지 않으니 읽기 싫어요!"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창애 유한준에게 보낸 '답창애(答蒼厓)'의 일부다. 훈장이 천자문 읽기를 게을리하는 제자를 꾸짖자 그 제자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이는 천지현황(天地玄黃,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을 두고 한 말이다. 제자의 눈엔 하늘이 검지 않고 푸른데, 이런 그릇된 이치는 배우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연암은 창애에게 글을 쓰는 데 있어 기교나 관습에 치우쳐선 안 된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깨치다'를 써야 할 자리에 '깨우치다'를 쓰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 반대의 예도 많다. "우리가 스스로의 경험으로 인생의 참된 맛을 깨우치는 것보다 삶을 더 진지하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한글을 깨우친 자녀에게는 만화를 읽히지 않는 게 독서 능력을 키우는 데 좋다는 조언을 들었다" 등에서 '깨우치다'는 바로 쓰인 것일까? '깨치다'는 '일의 이치 따위를 깨달아 알다', '깨우치다'는 '모르는 것을 깨달아 알게 하다'라는 뜻이다. 즉 '깨치다'는 스스로 모르던 것을 알게 됐을 때 쓰고, '깨우치다'는 깨닫도록 남을 가르쳐 주는 경우에 사용한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동작이나 행동을 하게 할 때는 '깨치다'의 어근에 사동 접사인 '-우-'를 붙인 '깨우치다'를 쓰면 된다.

위 문장에선 주체가 남이 아닌 나 자신이므로 '깨치는(깨닫는)' '깨친'으로 고쳐야 한다. "그는 네 살 때 수학의 원리를 깨쳤다" "그의 잘못을 깨우쳐 줬다" 등처럼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선택해 써야 한다.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49777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11276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6Jun
    by 바람의종
    2009/06/16 by 바람의종
    Views 5767 

    공쿠르, 콩쿠르

  5. No Image 15Jun
    by 바람의종
    2009/06/15 by 바람의종
    Views 10223 

    에다 / 에이다

  6. No Image 15Jun
    by 바람의종
    2009/06/15 by 바람의종
    Views 6795 

    알아야 면장한다.

  7. No Image 12Jun
    by 바람의종
    2009/06/12 by 바람의종
    Views 7138 

    세모, 세밑

  8. No Image 12Jun
    by 바람의종
    2009/06/12 by 바람의종
    Views 9315 

    날염, 나염

  9. No Image 11Jun
    by 바람의종
    2009/06/11 by 바람의종
    Views 6718 

    선택사양

  10. No Image 11Jun
    by 바람의종
    2009/06/11 by 바람의종
    Views 8339 

    쿠테타, 앰플, 바리케이트, 카바이드

  11.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10792 

    달디달다, 다디단, 자디잘다, 길디길다

  12. No Image 09Jun
    by 바람의종
    2009/06/09 by 바람의종
    Views 5890 

    셀프-서비스

  13. No Image 01Jun
    by 바람의종
    2009/06/01 by 바람의종
    Views 7637 

    날더러, 너더러, 저더러

  14. No Image 01Jun
    by 바람의종
    2009/06/01 by 바람의종
    Views 9427 

    그라운드를 누비다, 태클, 세리머니

  15. No Image 31May
    by 바람의종
    2009/05/31 by 바람의종
    Views 10906 

    주위 산만, 주의 산만

  16. No Image 31May
    by 바람의종
    2009/05/31 by 바람의종
    Views 6107 

    토씨의 사용

  17. No Image 30May
    by 바람의종
    2009/05/30 by 바람의종
    Views 5971 

    망년회(忘年會)

  18. No Image 30May
    by 바람의종
    2009/05/30 by 바람의종
    Views 9985 

    재원(才媛), 향년

  19. No Image 29May
    by 바람의종
    2009/05/29 by 바람의종
    Views 15251 

    여부, 유무

  20. No Image 29May
    by 바람의종
    2009/05/29 by 바람의종
    Views 14226 

    미소를 띠다 / 미소를 띄우다

  21. No Image 28May
    by 바람의종
    2009/05/28 by 바람의종
    Views 14071 

    눌은밥, 누른밥, 누룽지 / 눌어붙다, 눌러붙다

  22. No Image 28May
    by 바람의종
    2009/05/28 by 바람의종
    Views 10657 

    껍질, 껍데기

  23. No Image 26May
    by 바람의종
    2009/05/26 by 바람의종
    Views 12016 

    사열 받다, 사사 받다, 자문 받다

  24. No Image 26May
    by 바람의종
    2009/05/26 by 바람의종
    Views 6791 

    여우비

  25. No Image 25May
    by 바람의종
    2009/05/25 by 바람의종
    Views 11351 

    두루치기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