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싸름하다
'미꾸라지를 통채로 지진 미꾸라지전은 내장의 쌉싸름한 맛이 식욕을 돋군다.' 이 문장에는 틀린 곳이 세 군데 있다. 무엇일까? 바로 '통채로''쌉싸름한''돋군다'이다. '통채로'는 '통째로'로, '쌉싸름한'은 '쌉싸래한'으로, '돋군다'는 '돋운다'로 바로잡아야 한다. '쌉싸름하다'는 '쌉싸래하다'의 잘못이라고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다. '쌉싸름하다'는 비표준어라는 얘기다.
이와 유사한 다른 단어로 '씁쓰름하다''짭짜름하다''떨떠름하다' 등이 있다. '씁쓰름하다'는 '씁쓰레하다'와, '짭짜름하다'는 '짭짜래하다'와 비슷한 말이다. 그런데 '씁쓰름하다'와 '짭짜름하다'는 표준어로 인정해준 반면 실생활에서 많이 쓰고 있는 '쌉싸름하다'만은 표준어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쌉싸름'과 '쌉싸래'의 용례를 검색해 보니 '쌉싸래'보다 '쌉싸름'을 훨씬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쌉싸름하다'를 비표준어라고 낙인찍어 우리의 말과 글 밖으로 내팽개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라우라 에스키벨)이란 제목의 책까지 출간되기도 했다. 또 '달콤 쌉싸름하다'를 '달콤 쌉싸래하다'로 쓰면 운(韻)이 맞지 않아 말맛이 떨어진다. 북한에서도 '쌉싸름하다'는 문화어(우리의 표준어)에 속한다.
'쌉싸름하다'는 '씁쓰름하다''짭짜름하다''짭조름하다''떨떠름하다' 등과 비교해 봐도 우리말 어휘가 풍요로워지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표준어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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