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어린 시절은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갔다. 소풍날이며, 방학이며, 생일이며 손꼽아 기다리는 날들은 아득히 멀어보였다. 나이가 들어 몇 밤, 며칠이 남았을까 애태워 기다리는 날이 줄어들면 세월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기억력도 흐려지고 옛날에 배운 것도 가물가물하다. 사람들이 쓴 글을 보면 흔히 '며칠'과 '몇일'이 뒤섞여 있는데 어떤 것이 옳다고 배웠는지 기억하시는지. '몇일'은 틀리고 '며칠'만 맞다. 즉 '다음 달 며칠이 추석이지?' '입시일까지 며칠 남았지?'처럼 쓰는 것이 옳다.
한글 맞춤법은 둘 이상의 단어가 어울려 이뤄진 말은 각각 그 원형을 밝혀 적게 돼 있다. 단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것은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 만일 '며칠'이 '몇+일(日)'에서 온 말이라면 각각 원형을 밝혀 '몇일'이라고 적는 것이 옳다. 그러나 한글 맞춤법은 '며칠'의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그 근거를 살펴보자. '몇' 다음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가 오면 끝소리인 ㅊ이 뒤로 이어지게 된다. 예를 들면 몇+이나[며치나], 몇몇+을[면며츨]처럼 소리 나는 것이다. 그러나 '몇' 다음에 명사가 오게 되면 끝소리 'ㅊ'이 대표음인 'ㄷ'으로 소리 나게 된다. 예를 들면 몇 월[며], 몇 억[며덕]처럼 되는 것이다. 며칠이 '몇+일'에서 온 말이라면 뒤에 명사가 오는 것이므로 [며딜]로 소리 나야 하지만 그렇게 발음하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몇+일'의 구성이라고 보기 어려워 그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 것이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63009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9722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24407 |
1170 | 인사 | 바람의종 | 2008.04.15 | 10089 |
1169 | 영어 남발 | 바람의종 | 2010.04.07 | 10092 |
1168 | 어간과 어미 | 바람의종 | 2009.12.14 | 10095 |
1167 | 억지 춘향 | 바람의종 | 2008.01.26 | 10098 |
1166 | 방화 | 바람의종 | 2010.09.04 | 10108 |
1165 | 미혼남·미혼녀 | 바람의종 | 2007.11.02 | 10109 |
1164 | 밭다리? 밧다리? | 바람의종 | 2010.08.05 | 10109 |
1163 | 옹글다 | 바람의종 | 2010.10.16 | 10112 |
1162 | 지양 | 바람의종 | 2007.08.20 | 10113 |
1161 | 안녕하세요 | 바람의종 | 2010.05.30 | 10122 |
1160 | 기합 주다 | 바람의종 | 2007.05.07 | 10122 |
1159 | 악바리 | 바람의종 | 2008.02.25 | 10126 |
1158 | 오라질 | 바람의종 | 2008.02.28 | 10137 |
1157 | 주어와 술어 | 바람의종 | 2009.07.15 | 10139 |
1156 | 썩이다와 썩히다 | 바람의종 | 2010.02.25 | 10146 |
1155 | 가시버시 | 바람의종 | 2010.04.26 | 10147 |
1154 | 띠다와 띄다 | 바람의종 | 2010.02.22 | 10148 |
1153 | ‘-이’와 ‘-히’의 구별 | 바람의종 | 2010.08.11 | 10148 |
1152 | 모둠, 모듬 | 바람의종 | 2009.10.08 | 10150 |
1151 | 악머구리 끓듯 한다 | 바람의종 | 2008.01.22 | 10153 |
1150 | 에누리 | 바람의종 | 2010.07.23 | 10154 |
1149 | 넙적하게, 넓다란, 넓치, 넓죽 | 바람의종 | 2008.11.23 | 101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