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 바라
2002 월드컵에서 우리의 최초 목표는 16강이었다. 그러나 그때까지 본선 무대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기에 마음속으로는 '1승만이라도…'하고 목표를 낮추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폴란드를 꺾게 되자 기대가 커졌고 대표팀은 국민의 마음을 읽은 듯 16강을 돌파했다. 그리고 '4강까지야 어찌 바라?'하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나무라듯 당당히 준결승에 진출했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 '왜 '바라?'라고 쓰지? '바래?'가 맞는 것 아닌가'하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희망하다'라는 뜻으로는 '바래다'가 아니라 '바라다'를 쓴다. 그러므로 '바래, 바래고, 바래니, 바래며, 바래면서, 바랬고' 등은 '바라, 바라고, 바라니, 바라면서, 바랐고' 등으로 쓰는 게 옳다.
이들 중 다른 형태는 수긍하면서도 '바래'의 경우만은 가능하지 않을까 미련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다음 사례를 보자. '아이들은 잘 자라?'에서 '자라'는 '자라다'의 '자라-'에 의문을 나타내는 '-아'가 붙은 것이다. 즉 '자라+아'의 형태인데 이것은 '자래'로 줄어들지 않는다. '바라+아'도 이와 마찬가지여서 '바래'로 줄일 수 없는 것이다.
'하다'의 경우는 '하+아'가 '해'로 줄어들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하다'는 여 불규칙 활용을 하는 용언으로서 '아'가 '여'로 바뀌어 '하여'가 된 다음 '해'로 줄어든 것이다. 따라서 정칙 용언인'바라다''자라다'와는 경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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