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 웃기는

by 바람의종 posted Mar 23, 200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웃긴, 웃기는

인터넷에서 영화를 소개하는 다음과 같은 글을 봤다. '시실리라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무섭고 웃긴 이야기'. 이처럼 요즘 '웃기는'을 써야 할 자리에 '웃긴'을 쓰는 사람이 많아졌다. '웃기는'과 '웃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웃기다'는 '웃게 만들다'라는 뜻의 동사다. '웃기는'과 '웃긴'은 둘 다 '웃기다'에서 활용한 것이지만 시제가 서로 다르다. 다음 예를 보자.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인 후 일찍 재웠다.'
'어린애에게 약을 먹이는 일은 쉽지 않다.'

앞 문장의 '먹인'은 뒤에 오는 '후'라는 명사를 꾸미고, 뒤 문장의 '먹이는'은 '일'이라는 명사를 꾸민다. 이렇게 동사가 뒤의 명사 등을 꾸미는 관형형으로 될 때 어떤 어미가 오느냐에 따라 시제가 달라진다.

'는'이 오면 '밥을 먹는 사람' '빨리 가는 세월'에서 보듯 현재 시제를 표시한다. '은'이나 'ㄴ'을 쓰면 '밥을 먹은 사람' '빨리 간 세월'처럼 과거가 된다. 그러므로 과거 시제를 써 '웃긴 이야기'라고 하면 '과거에 누구를 웃게 만든 이야기'라는 의미가 된다. 현재 시제를 쓴 '웃기는 이야기'는 '내용이 우습거나 엉뚱해서 사람을 웃게 만드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예문이 말하려는 것은 영화의 성격과 내용이 '무섭고 우습다'라는 것이지 '과거에 누구를 웃게 한 영화'라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웃긴'을 쓰면 어색하다. '웃기는 이야기' 또는 '우스운 이야기'라고 해야 의도한 대로 뜻이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