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3.16 07:24

혼신을 쏟다

조회 수 7869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혼신을 쏟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매미 소리가 방 안 가득히 들어찬다. 시원하다. 도시에서는 시끄럽다고 가끔 비난받기도 하지만 이 소리가 없는 여름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도시에서 흔히 만나는 녀석은 말매미와 참매미다. '쌔-'하고 단조로운 소리를 내는 놈이 말매미고 '맴맴맴-맹'하고 길게 뽑는 놈이 참매미다. 매미들은 애벌레기를 땅속에서 보낸다. 암컷이 여름에 나뭇가지에 산란하면 알은 다음해 봄에 깨어난다. 애벌레는 나무 구멍에서 나와 허물을 벗고 땅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부드러운 곳을 골라 파고들어간다. 나무뿌리가 있는 곳에 자리 잡은 녀석은 수액을 먹으며 살아간다. 참매미의 경우 5년을 땅속에서 견디고, 알에서부터 따지면 7년째 되는 해에 단단한 땅을 수액으로 부드럽게 만들어가며 파고 올라와 어른벌레가 된다. 이렇게 어렵게 어른벌레가 돼도 겨우 2주 정도 살 수 있을 뿐이다. 그 기간에 짝을 만나 다음 세대를 기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니 온몸을 바쳐 구애의 노래를 할 수밖에 없다. 매미만큼 절박한 일인지는 모르지만 인간들도 가끔 온몸을 던진다.

선거철이면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각 당 대표들은 혼신을 쏟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와 같은 글을 볼 수 있다. 이때의 혼신(渾身)이 바로 '온몸'이란 뜻이다. 그러면 '혼신을 쏟다'라는 게 바른 표현일까. 비유라 하더라도 온몸을 던질 수야 있겠지만 온몸을 쏟을 수는 없다. 이때는 '혼신의 힘을 쏟다' '혼신의 힘을 다하다'라고 쓰는 게 더 정확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861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525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0141
1236 안절부절 하다 바람의종 2008.09.26 7042
1235 안절부절못하다 바람의종 2010.03.24 13321
1234 안정화시키다 바람의종 2012.04.23 13948
1233 안치다, 밭치다, 지게, 찌개 바람의종 2008.06.16 8409
1232 안치다, 안히다 / 무치다, 묻히다 바람의종 2009.05.01 15712
1231 안티커닝 바람의종 2009.06.17 8512
1230 안팎 바람의종 2010.11.26 11664
1229 안하다, 못하다 바람의종 2009.02.10 17773
1228 앉은부채 바람의종 2008.06.11 5557
1227 않는, 않은 바람의종 2008.09.29 15552
1226 않다의 활용 바람의종 2010.03.14 8113
1225 알력 바람의종 2007.07.31 7172
1224 알맞는, 알맞은 / 걸맞는, 걸맞은 바람의종 2012.09.11 16751
1223 알맹이, 알갱이 바람의종 2010.04.27 9526
1222 알바 바람의종 2007.12.27 7580
1221 알비 바람의종 2009.11.23 9487
1220 알아야 면장한다. 바람의종 2009.06.15 6821
1219 알았습니다. 알겠습니다. 바람의종 2012.06.19 14374
1218 알은척 / 아는 척 바람의종 2009.02.07 10862
1217 알은체는 아는 사이에서 바람의종 2009.11.12 9468
1216 알콩달콩, 오순도순, 아기자기, 오밀조밀 바람의종 2009.03.08 19279
1215 알타이말 바람의종 2007.10.23 1013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