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3.16 07:24

혼신을 쏟다

조회 수 7894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혼신을 쏟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매미 소리가 방 안 가득히 들어찬다. 시원하다. 도시에서는 시끄럽다고 가끔 비난받기도 하지만 이 소리가 없는 여름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도시에서 흔히 만나는 녀석은 말매미와 참매미다. '쌔-'하고 단조로운 소리를 내는 놈이 말매미고 '맴맴맴-맹'하고 길게 뽑는 놈이 참매미다. 매미들은 애벌레기를 땅속에서 보낸다. 암컷이 여름에 나뭇가지에 산란하면 알은 다음해 봄에 깨어난다. 애벌레는 나무 구멍에서 나와 허물을 벗고 땅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부드러운 곳을 골라 파고들어간다. 나무뿌리가 있는 곳에 자리 잡은 녀석은 수액을 먹으며 살아간다. 참매미의 경우 5년을 땅속에서 견디고, 알에서부터 따지면 7년째 되는 해에 단단한 땅을 수액으로 부드럽게 만들어가며 파고 올라와 어른벌레가 된다. 이렇게 어렵게 어른벌레가 돼도 겨우 2주 정도 살 수 있을 뿐이다. 그 기간에 짝을 만나 다음 세대를 기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니 온몸을 바쳐 구애의 노래를 할 수밖에 없다. 매미만큼 절박한 일인지는 모르지만 인간들도 가끔 온몸을 던진다.

선거철이면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각 당 대표들은 혼신을 쏟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와 같은 글을 볼 수 있다. 이때의 혼신(渾身)이 바로 '온몸'이란 뜻이다. 그러면 '혼신을 쏟다'라는 게 바른 표현일까. 비유라 하더라도 온몸을 던질 수야 있겠지만 온몸을 쏟을 수는 없다. 이때는 '혼신의 힘을 쏟다' '혼신의 힘을 다하다'라고 쓰는 게 더 정확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956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608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0956
1236 돋우다와 돋구다 바람의종 2010.03.22 13780
1235 하룻강아지 바람의종 2010.03.22 12229
1234 해프닝 바람의종 2010.03.22 10806
1233 하느님, 하나님 바람의종 2010.03.22 9774
1232 하냥 file 바람의종 2010.03.23 12535
1231 ‘감투’와 ‘망탕’ 바람의종 2010.03.23 16123
1230 가늠,가름,갈음 바람의종 2010.03.23 13540
1229 거치다와 걸치다 바람의종 2010.03.23 15208
1228 양해의 말씀 / 기라성 바람의종 2010.03.23 13173
1227 양방향 / 쌍방향 바람의종 2010.03.23 10349
1226 구리무와 포마드 바람의종 2010.03.24 11845
1225 안절부절못하다 바람의종 2010.03.24 13328
1224 쟁이와 장이 바람의종 2010.03.24 16324
1223 버스 값, 버스비, 버스 요금 바람의종 2010.03.24 14253
1222 뇌살, 뇌쇄 / 다례, 차례 / 금슬, 금술, 금실 / 귀절, 구절 바람의종 2010.03.24 14595
1221 엄청 바람의종 2010.03.26 10414
1220 호분차 온나! file 바람의종 2010.03.26 12676
1219 ‘직하다’와 ‘-ㅁ/음직하다’ 바람의종 2010.03.26 13205
1218 결제와 결재 바람의종 2010.03.26 14710
1217 조그만한, 자그만한 바람의종 2010.03.26 10912
1216 내려쬐다, 내리쬐다 바람의종 2010.03.26 10678
1215 ‘긴장’과 ‘비난수’ 바람의종 2010.03.30 1805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