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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비, 장맛비 / 해님, 햇님

날씨가 끄느름하더니 결국 비가 오신다. 작달비다. '오신다'고 하기엔 마음이 넉넉지 않다. 우산을 챙기지 못했다. 장마가 한창인데 꼼꼼하지 못한 내 탓이지, 비 때문이랴. 비를 긋고 가기엔 출근이 너무 늦는데 세찬 빗방울이 바닥을 차고 튀어 오른다. 도시의 비는 불쾌하다. 끈적끈적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몇 해 전 지리산 동부능선에서 맞은 억수비가 그립다. 물을 퍼붓듯 억수같이 내리부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줄 알고 얼마나 놀랐던지. 그렇게 큰비는 처음이었다. '장대비에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은 풀잎처럼' 서럽도록 상쾌했다. 신문에 연잎 우산을 쓰고 활짝 웃는 어린이들의 사진이 실렸다. 하, 온몸을 감추고도 남는 연잎 우산이라….

도회에서 태어나 자란 내겐 낯선 그림이지만 참 예쁘다. 어릴 적 살던 곳은 서울 변두리였다. '멀리서 먹장 같은 구름장 한 장이 빠르게 다가온다. 해님이 쨍쨍한데 시원한 빗줄기를 뿌리곤 달아난다.' 그게 여우비라는 건 조금 커서 알았다. 소곤거리며 내리는 비는 굳이 크기를 따지면 '가랑비·이슬비·는개·안개비' 순으로 굵다. 지난 며칠 구질구질 궂은비가 내렸다. 올해는 봄장마가 있더니 장맛비는 그리 심하지 않으려나 보다. 더위 꺾이면 늦장마라도 지려나. 초가을 건들장마로 농부들 마음 어지럽겠다. 가을장마가 닥치면 일껏 베어 놓은 나락 거둬들이는 손길이 바쁠 텐데.

*장마비는 사이시옷을 받쳐 장맛비로 쓴다. 해님의 '님'은 '달님·별님·토끼님'의 '님'과 같은 접미사여서 사이시옷을 받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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