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6월 들어 30도를 넘는 때 이른 더위가 찾아왔다. 10년 만의 무더위가 닥치는 게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무더위'를 막연하게 '심한 더위' 또는 '무시무시한 더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그와는 다르다. '무더위'는 '물더위'에서 온 말이다. 습도가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뜻하며, 일반적인 더위와 달리 후텁지근하게 느껴지는 더위를 가리킨다.
'물'의 고어는 '믈'이다. 용비어천가에는 '미 기픈 므른…'이란 구절이 있다. 이 '믈' 또는 '물'이 다른 단어와 결합하면서 'ㄹ'이 탈락해 '므-' 또는 '무-'가 된 것이다. 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를 뜻하는 '무서리'의 고어는 '므서리'이고, '무지개'의 고어는 '므지개'다. 물을 뜻하는 '무-'가 들어간 단어는 이 밖에도 무살(물렁물렁하게 찐 살), 무자리논(물이 늘 고여 있는 논), 무자맥질(물 속에서 팔다리를 놀리며 떴다 잠겼다 하는 것) 등이 있다.
'무-'와 달리 물기가 적은 것을 뜻하는 단어는 '된-'으로, '되다'에서 온 말이다. '무서리'의 반대가 '된서리'다. '무더위' 외에 '불볕더위'라는 말도 쓰인다. 햇빛이 내리쬐어 따가운 더위를 '불볕더위' 또는 '불더위'라 부른다. 더위를 강조하기 위해 '불볕 무더위'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무더위'와 '불볕더위'는 다른 개념이어서 둘을 합쳐 놓으면 어색하다. '무더위'는 끓는 물의 뜨거운 김을 쐬는 듯한 더위를 뜻하는 '가마솥더위'나 '찜통더위'와 비슷한 말이다. 그러고 보니 어째 무서운 더위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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