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식
학교나 회사 식당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용어가 '배식구' '퇴식구'다. 식당에 있는 표지판을 보면 무슨 말인지 짐작할 수 있지만, 단어 자체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어다. 좀 길어져도 '배식구(配食口)'는 '밥 타는 곳', '퇴식구(退食口)'는 '식기 반납하는 곳' 또는 '식기 반납' 등으로 쉽게 고쳐 쓸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한 단체가 공항에서 탑승 대기자를 대상으로 기내 좌석에 붙은 국·한문 혼용 안내문구 '救杳衣(구명동의)는 座席(좌석) 밑에 있습니다'에 대한 이해 정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55%, 일본인의 40%, 중국인의 66%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한글이 있음에도 이 문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다.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안내문구가 일반인이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운 한자어로 돼 있다는 얘기다. 잘못 사용하면 치명적 부작용을 일으키는 의약품의 포장지에도 '경구 투여 금지'라는 설명이 적힌 것이 있다.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이 이토록 어려운 한자어로 돼 있으니 애들은 물론 어른도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1992년 정부가 순화 대상 용어 편람을 내놓고, 각 기관이 일본식 한자어나 어려운 한자어로 된 행정·법률용어 등을 쉬운 말로 고쳐 쓰는 운동을 펴고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배식구·퇴식구 역시 식품위생법에 나오는 용어다. 어려운 한자어는 권위적인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배식구·퇴식구처럼 마음만 먹으면 쉬운 말로 고쳐 쓸 수 있는 단어가 주변에 많다. 어려운 한자어는 현재의 한글 세대와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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