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2.28 15:56

삐지다, 삐치다

조회 수 12087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삐지다, 삐치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송곳은 주머니 속에 감추어도 저절로 삐져나오게 돼 있다는 데에서 생긴 말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알려짐을 이르는 말이다. '삐져나오다'는 '속에 있는 것이 겉으로 불거져 나오다'를 뜻한다. '속옷이 밖으로 삐져나와 있는 것을 전혀 몰랐다' '비닐봉지의 아래쪽 터진 곳으로 붓 한 자루가 삐져나와 있었다'처럼 쓰인다. 당연히 비슷한 뜻의 말이라고 알고 있는'삐지다'는 이와 달리 '칼 따위로 물건을 얇고 비스듬하게 잘라내다'를 의미한다. '김칫국에 무를 삐져 넣다' '꽁치찌개는 굵은 감자를 숭숭 삐져 넣고 푹 끓여야 제 맛이 난다' 등이 바르게 쓰인 예다.

문제는 이 '삐지다'를 많은 사람이 '성이 나서 마음이 토라지다'의 뜻으로 잘못 사용한다는 점이다. '지선이는 잘 삐져서 친구들이 같이 안 놀려고 한다.' '그렇게 조그만 일에 삐지다니 그 친구 큰일은 못할 사람일세그려.' '그 여자 한번 삐지면 되우 오래간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해.' 이런 경우에는 '삐치다'를 써야 옳다.

'삐치다'에는 이 밖에 '일에 시달려 몸이나 마음이 몹시 느른하다'와 '글씨를 쓸 때 글자의 획을 비스듬히 내려쓰다'라는 뜻도 있다. 한편 '삐져나오다'는 '삐지다+나오다'로 구성된 말인데 이때의 '삐지다'는 그 의미가 '비어지다'(가려져 속에 있던 것이 밖으로 내밀어 나오다)와 관련된 것으로 보아 '칼 따위로 물건을 얇고 비스듬하게 잘라내다'의 뜻은 분명 아니다. 그런데 이런 뜻의 '삐지다'는 아직 사전에 실려 있지 않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170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23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3224
2072 제수용품 / 꼬지, 꽂이, 꼬치 바람의종 2010.02.12 11382
2071 복지리 바람의종 2010.02.12 7485
2070 천둥벌거숭이 바람의종 2010.02.12 9281
2069 접수하다 바람의종 2010.02.12 8415
2068 근낭 가디! file 바람의종 2010.02.12 7734
2067 치르다·치루다 바람의종 2010.02.12 13097
2066 꽁수, 꼼수, 뽀록나다 바람의종 2010.02.09 9756
2065 학을 떼다, 염병, 지랄 바람의종 2010.02.09 19142
2064 관형사 바람의종 2010.02.09 10468
2063 접미사 ‘-짜리’ 바람의종 2010.02.09 9356
2062 파고다 바람의종 2010.02.09 11712
2061 나름껏, 나름대로 바람의종 2010.02.08 8166
2060 박스오피스 바람의종 2010.02.08 8567
2059 어떡해,어떻게 바람의종 2010.02.08 9411
2058 좇다와 쫓다 바람의종 2010.02.08 9164
2057 북녘의 속담 바람의종 2010.02.08 8448
2056 백지 와 그라노! 바람의종 2010.02.08 7181
2055 여운을 남기다 바람의종 2010.02.07 10577
2054 새의 꼬리 바람의종 2010.02.07 8437
2053 시체,사체,송장,주검,시신 바람의종 2010.02.07 11298
2052 가파르다의 활용 바람의종 2010.02.07 8534
2051 ‘그러지 좀 마라’ 바람의종 2010.02.07 779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