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싸인
'책을 쌓다'와 '책을 싸다'의 의미를 구별하기는 어렵지 않다. '쌓다'는 '여러 개의 물건을 겹겹이 포개어 얹어 놓다'라는 뜻이고 '싸다'는 '물건을 안에 넣고 씌워 가리거나 둘러 말다' 또는 '어떤 물체의 주위를 가리거나 막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두 낱말 앞에 '둘러'를 붙여 '둘러쌓다' '둘러싸다'가 되면 잘못 쓰는 사람이 많이 생긴다. 특히 피동 형태로 쓸 때 틀리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김장독을 비닐로 둘러싸다' '집 주위에 담을 둘러쌓다'에서 보듯이 '둘러'가 붙어도 원래의 '쌓다'와 '싸다'의 의미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문맥을 살펴서 '쌓다'와 '싸다' 중 어느 쪽인지 판단하면 된다.
'총선을 맞아 남한강으로 둘러쌓인 도담마을의 유권자들도 강을 건너가 주권을 행사했다.' '국회 소추인단의 한병채 변호사가 기자들에게 둘러쌓인 채 질문을 받고 있다.' 위의 예문을 간단하게 줄여 '쌓다'와 '싸다' 중 어느 쪽의 뜻인지 알아보자. '남한강이 도담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남한강이 도담마을을 쌓고 있다.' 전자가 바르다. '기자들이 한변호사를 (둘러)싸고 있다.' '기자들이 한변호사를 쌓고 있다.' 이 예문도 마찬가지로 전자가 옳다. 둘 다 '쌓다'로는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이것을 피동 형태로 간단히 표현하면 '남한강에 둘러싸인 도담마을'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한변호사'가 된다. 실제 생활에서 '둘러쌓인'보다는 '둘러싸인'을 써야 할 경우가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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