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2.26 07:38

지리하다, 지루하다

조회 수 10853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지리하다, 지루하다

일반적으로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흘러가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미래에서 현재로, 그리고 현재에서 과거로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가 인식하는 자연적인 시간의 길이 또한 균일하지 않다. '일장춘몽(一場春夢)'과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 이 두 표현에는 시간에 대한 인간의 다른 인식이 잘 나타나 있다. '일장춘몽'(한바탕의 봄꿈)에서 볼 수 있듯이 70~80년의 인생도 잠깐 꾼 한바탕의 봄꿈과 같은 것이다. 반면 몹시 애태우며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초조했으면 '일일여삼추'(하루가 3년 같다)에서처럼 하루를 3년같이 느끼겠는가. 이처럼 물리적으로 동일한 시간의 양(量)이라 해도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느끼고, 관심이 없거나 흥미 없는 일과 관련해선 그 시간을 매우 지루하게 느끼게 된다.

'의료사고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병원과의 지리한 법정 싸움 끝에 결국 승소했다.'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 달리 지리한 장맛비는 애물단지 그 자체다.' '지리한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이것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같은 상태가 너무 오래 계속돼 넌더리가 나고 따분하다'는 뜻으로 '지리하다'를 쓰는 것은 잘못이다. '지루하다'로 고쳐야 한다. 표준어 규정 제11항에는 모음의 발음 변화를 인정하여, 발음이 바뀌어 굳어진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고 돼 있다. '상치'가 '상추'로, '미싯가루'가 '미숫가루'로 바뀐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453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098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6175
2180 ~에 있어서 바람의종 2009.02.10 6774
2179 안하다, 못하다 바람의종 2009.02.10 17653
2178 알은척 / 아는 척 바람의종 2009.02.07 10819
2177 가겠소 / 가겠오 바람의종 2009.02.07 7605
2176 재(齋)/제(祭) 바람의종 2009.02.07 10923
2175 수육, 편육, 제육 바람의종 2009.02.05 10269
2174 단음절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2.05 8463
2173 하락세로 치닫다 바람의종 2009.02.05 13104
2172 머지않아/멀지않아 바람의종 2009.02.04 10243
2171 실업난 바람의종 2009.02.04 8525
2170 색감 바람의종 2009.02.04 6375
2169 경사가 가파라서 바람의종 2009.02.03 11822
2168 담배를 피다 바람의종 2009.02.03 11185
2167 배식 바람의종 2009.02.03 7476
2166 어리숙, 허수룩 / 텁수룩, 헙수룩 바람의종 2009.02.02 9184
2165 ~마라 / ~말라 바람의종 2009.02.02 9560
2164 흉칙하다 바람의종 2009.02.02 15971
2163 승락, 승낙 바람의종 2008.12.28 13701
2162 삐지다, 삐치다 바람의종 2008.12.28 12042
2161 기지개를 펴다, 피해를 입다 바람의종 2008.12.28 11019
2160 늑장, 늦장/터뜨리다, 터트리다/가뭄, 가물 바람의종 2008.12.27 13836
2159 간(間)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8.12.27 1149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