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2.18 02:35

옥석구분

조회 수 8002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옥석구분

17대 총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출마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전과자라고 한다. 대부분 과거 민주화나 노동운동 관련 시국사범이지만 고액의 세금 체납자는 물론 폭력·사기·절도, 심지어 뺑소니 사범도 있다고 한다. 한 정당의 대변인은 '시국사범은 다른 전과자와의 차별성이 있는 만큼 옥석이 구분돼야 한다'고 밝혔다. 독재에 항거해온 지난날을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옥석이 구분돼야 한다'는 표현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옥석구분(玉石俱焚)'은 옥(玉)과 돌(石)이 함께(俱) 탄다(焚)는 뜻으로, 중국 고전 『서경(書經)』의 '곤강(산 이름)에 불이 붙으면 옥과 돌이 함께 탄다(火炎崑岡 玉石俱焚)'는 구절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옥석구분'은 옳은 사람이나 그른 사람 구별 없이 모두 재앙을 당하거나 좋은 것, 필요한 것까지 모두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실적주도 옥석 구분이 어렵다' '불건전 게임이 많으므로 옥석을 구분해야 한다' '영화 감상자는 나름대로 옥석을 구분해 선택한다' 등은 원래의 '옥석구분'과는 동떨어진 표현이다. '옥석이 구분돼야 한다'를 본디 뜻에 맞게 쓰려면 '옥석구분이 되지 않도록 잘 골라야 한다' 등으로 해야 한다. 고사성어와 관계없이 '옥과 돌을 구분(區分)한다'는 뜻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우기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옥석구분'의 의미를 제대로 안다면 이처럼 쓰지 않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선 정말로 옥석구분이 되지 않도록(옥과 돌이 함께 타지 않도록) 좋은 후보를 골라내야 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37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475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9717
1456 맨정신/맨흙 바람의종 2007.10.26 8081
1455 옮김과 뒤침 바람의종 2007.12.15 8081
1454 ‘고마미지’와 ‘강진’ 바람의종 2008.04.08 8079
1453 감감소식 바람의종 2007.04.29 8070
1452 퉁맞다 바람의종 2007.03.30 8069
1451 삼촌 바람의종 2008.01.27 8067
1450 칠칠하다 바람의종 2007.03.29 8067
1449 수입산 바람의종 2009.09.21 8067
1448 벗어지다, 벗겨지다 바람의종 2008.11.15 8065
1447 면목 바람의종 2007.07.01 8062
1446 번갈아 바람의종 2007.05.10 8061
1445 ‘자꾸’와 ‘지퍼’ 바람의종 2008.12.18 8057
1444 과거시제 바람의종 2008.01.14 8054
1443 짝태 바람의종 2008.06.13 8054
1442 일사불란 바람의종 2007.12.17 8051
1441 어딜 갈려고 바람의종 2009.12.18 8051
1440 객관적 바람의종 2010.06.19 8050
1439 날으는, 시들은, 찌들은, 녹슬은 바람의종 2009.07.10 8049
1438 따블 백 바람의종 2009.07.14 8047
1437 다믈사리·막생 바람의종 2008.06.11 8045
1436 수자리와 정지 바람의종 2008.05.23 8041
1435 삐리라 바람의종 2009.07.16 803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4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