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럿거라, 엊저녁, 옜소, 밭사돈
물럿거라, 엊저녁, 옜소, 밭사돈
초봄으로 접어들며 꽃샘바람이 차갑지만 산수유 노란 꽃망울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풀었다. 마치 '추위야 물러가라'라고 소리치는 듯하다. 겨울바람이 미처 꼬리를 감추기도 전에 함성처럼 피어나는 산수유는 봄의 길라잡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옛날 높은 벼슬아치들이 행차할 때는 길라잡이가 앞에서 길을 트기 위해 '물렀거라'라고 소리 높여 외쳤다. 길라잡이가 외치던 벽제소리 '물렀거라'는 요즘에도 '더위야 물렀거라', '추위야 물렀거라'에서부터 '피로야 물렀거라', '참고서야 물렀거라'에 이르기까지 광고 문구에 무척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글로 쓴 걸 보면 '물렀거라' 못지않게 '물럿거라'로 한 것도 많다. 둘 중 '물렀거라'가 바르게 표기한 것이고 '물럿거라'는 잘못된 것이다. 이 둘은 소리가 같게 나기 때문에 혼동하기 쉽다. '물렀거라'는 '물러 있거라'가 줄어든 말이다. 한글 맞춤법은 줄어든 말에서도 본딧말의 형태를 유지하는 쪽으로 돼 있다. '물렀거라'의 받침을 'ㅅ'으로 쓰지 않고 'ㅆ'으로 쓴 것이 그 예다. 그렇게 함으로써 본딧말과 준말의 관련성을 보여줄 수 있다.
'어제 저녁'이 줄어서 '엊저녁'이 되고, '바깥사돈'이 줄어 '밭사돈'이 되며, '여기 있소'가 줄어서 '옜소'가 되는 것도 같은 사례다. '엊저녁'의 경우 '엊'에 '어제'의 'ㅈ'이 받침으로 살아있고, '밭사돈'은 '밭'에 '바깥'의 'ㅌ'이 살아있으며, '옜소'의 경우도 '있소'의 'ㅆ'이 '옜'에 살아있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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