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 스타일
친북·반미 흐름을 우려하는 김수환 추기경의 발언을 놓고 인터넷에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고 원로급 인사의 말조차 고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대립은 심각하다. 미국과 관련된 발언을 하려면 괜히 눈치가 보일 정도다. 그런데 언어 생활에 있어서는 이런 논란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고위 인사들의 발언은 물론이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노래, 신문, 방송, 잡지에 이르기까지 넘쳐나는 것이 영어다. 잡지에서 잘라온 다음 글을 보자.
'이 스타일의 침실은 장식을 배제해 심플하지만 젠 스타일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뉴요커의 침실을 연상케 하는 모던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공간이다. 침대 헤드는 볼륨감 있는 레더 소재를 쓰면 호텔 분위기가 난다. 패브릭은 그레이 계통을 사용하고, 쿠션은 브라운 컬러로 스트라이프를 믹스 매치하면 세련돼 보인다.'
어느 나라 글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젠(zen)이란 것은 선(禪)의 일본어 발음이 영어에 흡수된 것이다. 젠 스타일 대신 선풍(禪風)이라고 해도 훌륭하게 뜻을 전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런 유의 글에 자주 등장하는 밀리터리 룩·댄디 룩·레이어드 룩 등 또한 군대풍·멋쟁이풍·겹쳐 입기 등으로 바꿔 써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 이렇게 우리말을 망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정말로 자주(自主)를 원한다면 먼저 맞서야 할 상대는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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