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여탈권
'경제 검찰'이라 할 수 있는 금융감독원은 각종 법규와 감독 규정을 어긴 금융기관들의 사활(死活)을 결정할 수 있는 정부 기관이다. 또한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정당의 대표는 정치 후보생들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이처럼 사람의 목숨을 마음대로 하거나 기업의 사활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얘기할 때 '생사여탈권'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에도(江戶)시대 무사들의 생사여탈권은 그들이 섬기는 바쿠후(幕府)의 수장 쇼군(將軍)에게 있었다.' '이사회가 무력한 것은 소유주가 월급쟁이 이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생사여탈권'을 검색해 보니 1백28건으로 '생살여탈권'(13건)의 거의 열배나 되었다. '생사여탈권'이 맞는 표현인 줄 알고 쓰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생사여탈권'은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의 잘못이다.
생사(生死)는 '삶과 죽음'을 뜻하지만 생살(生殺)은 '살리는 일과 죽이는 일'을 말한다. '삶과 죽음을 주기도 하며 빼앗기도 하는 것'이 아니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며, 주기도 하고 빼앗기도 한다'는 뜻으로 '남의 목숨이나 재물을 마음대로 함'을 얘기할 때는 '생살여탈권'이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다. '생살'(살리고 죽임)과 '여탈'(주고 빼앗음)의 대구(對句)가 맞아야 하는 것이다. 비슷한 말로는 '생살지권(生殺之權)' '살활지권(殺活之權)'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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