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기, 뙈기
사과 박스에 현금이 얼마나 들어가느냐가 논란이더니, 현금 40억원을 실은 승용차가 과연 달릴 수 있는지 현장 검증을 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이번엔 아예 차떼기로 돈을 전달받는 기막힌 수법이 알려졌다. '차떼기'는 트럭 한 대분의 상품을 한꺼번에 사들이는 일을 말한다. 장사하려고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산다는 의미의 동사 '떼다'에 명사 구실을 하게 해주는 '-기'가 붙어 '떼기'가 됐고 '차떼기'가 생겨났다. 주로 무·배추나 수박 등 농산물을 거래하는 방식이며, 밭에 나 있는 채로 몽땅 사들이는 '밭떼기'도 있다.
'떼기'와 혼동하기 쉬운 단어가 '뙈기'다. 경계를 지어 놓은 논밭의 구획, 또는 그 구획을 세는 단위가 '뙈기'다. 밭뙈기·논뙈기·땅뙈기 등의 합성명사나 '밭(논) 몇 뙈기를 부쳐 먹고 근근이 살고 있다' 등에서처럼 단위로 쓰인다. '뙈기'는 이불 뙈기·요 뙈기 등 하찮은 쪼가리를 가리키기도 한다. 농민들은 밭뙈기에 채소·과일 등 농작물을 심고 가꾸어 수확할 때가 되면 외지의 상인에게 밭떼기로 팔거나 직접 싣고 나가 차떼기로 넘기기도 한다.
'떼기'가 들어가는 것 중에는 중고품·고물 따위의 잡다한 물건을 쌓아 놓고 사고파는'도떼기시장'이 있다. 질서가 없고 시끌벅적한 비정상적 시장으로 소란스러움의 대명사이기도 하지만, 거래돼선 안 되는 물건까지 은밀하게 유통되는 암시장(블랙마켓)의 기능까지 한다. 정치판 뒷골목에도 검은 돈이 차떼기로 거래되는 거대한 암시장으로서의 도떼기시장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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