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0.29 03:39

꼬시다

조회 수 7742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꼬시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여/ 춘풍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조선조 여류시인 황진이의 이 시조 한 수는 우리 시조문학의 백미라 할 만하다. 그녀는 유명한 만큼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글 솜씨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대담한 남성 편력을 보인 기생이었다. 10년 동안 수도에 정진해 생불이라 불리던 지족선사를 '유혹해' 파계시켰고, 당대의 대학자 서경덕을 '유혹하려' 했으나 실패한 뒤 사제관계를 맺어 서경덕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렸다.

앞에 나온 '유혹하다'를 순수한 우리말로 바꾸면 '꼬이다'나 '꾀다'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것이 '꼬시다'다.

'그는 아리따운 처녀를 꼬셔 결혼했다' '그는 학교를 빼먹고 놀러 가자고 친구를 꼬셨다' 등 '그럴듯한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속이거나 부추겨 자기 생각대로 따라오게 한다'는 뜻으로 '꼬시다'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러나 이 말은 우리말 표기법에 어긋난다.

'그는 아리따운 처녀를 꼬여(꾀어) 결혼했다' '그는 학교를 빼먹고 놀러 가자고 친구를 꼬였다(꾀었다)'라고 써야 한다. '꼬시다'는 속된 말로 널리 쓰이지만 '꼬이다'나 '꾀다'의 잘못이다. 명사도 '꼬심'이 아니라 '꼬임'이나 '꾐'이다. '꼬이다(꾀다)'는 좋은 말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남을 속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남을 꼬이지도 말고, 꼬임에 빠지지도 말자.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57823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204489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19343
    read more
  4. 낯설음, 거칠음

    Date2008.10.22 By바람의종 Views9923
    Read More
  5. 님, 임

    Date2008.10.22 By바람의종 Views5539
    Read More
  6. 안성마춤

    Date2008.10.23 By바람의종 Views6043
    Read More
  7. 띄어쓰기 - "만"

    Date2008.10.23 By바람의종 Views7660
    Read More
  8. 띄어스기 - "지"

    Date2008.10.23 By바람의종 Views10384
    Read More
  9. 띄어스기 - "데"

    Date2008.10.23 By바람의종 Views11113
    Read More
  10. 곁불, 겻불

    Date2008.10.24 By바람의종 Views8267
    Read More
  11. 부딪치다, 부딪히다, 부닥치다

    Date2008.10.24 By바람의종 Views21329
    Read More
  12. 쪽집게, 짜깁기

    Date2008.10.24 By바람의종 Views8017
    Read More
  13. 주은, 구은, 책갈피

    Date2008.10.25 By바람의종 Views8714
    Read More
  14. 갈치, 적다, 작다

    Date2008.10.25 By바람의종 Views8482
    Read More
  15. 릉, 능

    Date2008.10.25 By바람의종 Views8821
    Read More
  16. ~부터 시작

    Date2008.10.26 By바람의종 Views6631
    Read More
  17. 더 이상

    Date2008.10.26 By바람의종 Views5701
    Read More
  18. 첩첩산중

    Date2008.10.26 By바람의종 Views10936
    Read More
  19. 깍둑이, 부스럭이

    Date2008.10.27 By바람의종 Views13358
    Read More
  20. 과태료, 벌금, 보상, 배상

    Date2008.10.27 By바람의종 Views7860
    Read More
  21. 영어식 표현

    Date2008.10.27 By바람의종 Views6928
    Read More
  22. 한참, 한창

    Date2008.10.29 By바람의종 Views7988
    Read More
  23. 린치, 신나, 섬머

    Date2008.10.29 By바람의종 Views7163
    Read More
  24. 꼬시다

    Date2008.10.29 By바람의종 Views7742
    Read More
  25. 신토불이

    Date2008.10.30 By바람의종 Views7433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