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0.29 03:39

꼬시다

조회 수 7705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꼬시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여/ 춘풍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조선조 여류시인 황진이의 이 시조 한 수는 우리 시조문학의 백미라 할 만하다. 그녀는 유명한 만큼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글 솜씨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대담한 남성 편력을 보인 기생이었다. 10년 동안 수도에 정진해 생불이라 불리던 지족선사를 '유혹해' 파계시켰고, 당대의 대학자 서경덕을 '유혹하려' 했으나 실패한 뒤 사제관계를 맺어 서경덕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렸다.

앞에 나온 '유혹하다'를 순수한 우리말로 바꾸면 '꼬이다'나 '꾀다'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것이 '꼬시다'다.

'그는 아리따운 처녀를 꼬셔 결혼했다' '그는 학교를 빼먹고 놀러 가자고 친구를 꼬셨다' 등 '그럴듯한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속이거나 부추겨 자기 생각대로 따라오게 한다'는 뜻으로 '꼬시다'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러나 이 말은 우리말 표기법에 어긋난다.

'그는 아리따운 처녀를 꼬여(꾀어) 결혼했다' '그는 학교를 빼먹고 놀러 가자고 친구를 꼬였다(꾀었다)'라고 써야 한다. '꼬시다'는 속된 말로 널리 쓰이지만 '꼬이다'나 '꾀다'의 잘못이다. 명사도 '꼬심'이 아니라 '꼬임'이나 '꾐'이다. '꼬이다(꾀다)'는 좋은 말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남을 속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남을 꼬이지도 말고, 꼬임에 빠지지도 말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17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457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9539
1258 쇼바, 샥 바람의종 2008.11.12 7800
1257 발자국 바람의종 2008.11.11 4511
1256 터울 바람의종 2008.11.11 7056
1255 전세값, 삭월세 바람의종 2008.11.11 6301
1254 올미동이 바람의종 2008.11.11 7690
1253 "뿐"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8.11.03 9110
1252 구렛나루, 구레나루, 구렌나루 / 횡경막 / 관자노리 바람의종 2008.11.03 8464
1251 생사여탈권 바람의종 2008.11.03 6609
1250 니카마! 바람의종 2008.11.03 6190
1249 떼기, 뙈기 바람의종 2008.11.02 6975
1248 당기다, 댕기다, 땅기다 바람의종 2008.11.02 6423
1247 참가, 참석, 참여 바람의종 2008.11.02 10476
1246 당부 바람의종 2008.11.02 6687
1245 미망인 바람의종 2008.11.01 5975
1244 ~과 다름 아니다 바람의종 2008.11.01 8994
1243 나아질른지 바람의종 2008.11.01 5979
1242 바람의종 2008.11.01 7228
1241 결재, 결제 바람의종 2008.10.31 10859
1240 덮혔다, 찝찝하다 바람의종 2008.10.31 12136
1239 끼여들기 바람의종 2008.10.31 9018
1238 돈가스와 닭도리탕 바람의종 2008.10.31 7888
1237 갈갈이, 갈가리 바람의종 2008.10.30 741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