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10.26 02:23

첩첩산중

조회 수 10852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첩첩산중

중학교 때 도시에서만 자란 여선생님이 한 분 산골에 있는 우리 학교에 오셨는데 그분이 나중에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여기가 첫 부임지인데 버스를 타고 넘어도 넘어도 계속 산이 이어져, 이런 산골에서 살아야 한다는 게 무섭고 슬퍼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렇게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산골을 이르는 말이 '첩첩산중'입니다. 즉 '깊은 산속'이라는 뜻입니다. 용례를 살펴보면 '차도 다니지 않는 첩첩산중에 병원이 있을 리 없었다' '이곳은 첩첩산중인 정선 땅에서도 가장 깊은 산골이다' '계곡물 소리가 상쾌하다. 첩첩산중이라 그런지 약간 춥다는 생각이 든다'처럼 쓰입니다.

그런데 이 '첩첩산중'이란 말을 '난관이나 장애가 많다'라는 뜻으로 잘못 쓰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악재 첩첩산중, 검찰은 울고 싶어라.' 이 경우는 '깊은 산속'과는 별 상관이 없는 문맥으로, 넘어야 할 악재가 겹으로 쌓였다는 표현을 하려는 것이므로 '악재 첩첩'이라고 써야 의미가 제대로 전달됩니다. 첩첩(疊疊)은 여러 겹으로 겹쳐 있는 모양을 뜻합니다. 중중첩첩(重重疊疊)이라고도 하지요.

'적지인 데다 감정이 좋지 않은 심판까지 만났으니 한국 대표팀의 일본전은 첩첩산중이 될 것 같다'의 경우도 '첩첩산중이 될 것 같다'를 '힘든 경기가 될 것 같다' '장애가 첩첩하다' 등으로 고쳐야 합니다. '첩첩산중'에 있다면 물론 넘어야 할 산들이야 '첩첩'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깊은 산속'을 곧바로 '겹겹'의 의미로 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858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515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0012
3058 거시기 바람의종 2011.11.14 10386
3057 거절과 거부 바람의종 2010.11.16 8983
3056 거제의 옛이름 ‘상군’(裳郡) 바람의종 2008.04.15 8453
3055 거진 다 왔소! file 바람의종 2010.01.18 9694
3054 거짓말 바람의종 2009.09.06 8215
3053 거짓말, 말, 아닌 글자 風文 2022.09.19 721
3052 거짓말과 개소리, 혼잣말의 비밀 風文 2022.11.30 884
3051 거치다와 걸치다 바람의종 2010.03.23 15041
3050 거치장스럽다 바람의종 2012.05.16 7977
3049 걱정과 유감 바람의종 2008.07.10 6295
3048 건강한 가족 / 국경일 한글날 風文 2020.07.18 1985
3047 건넛방, 건넌방 바람의종 2011.12.22 10711
3046 건달 바람의종 2010.02.06 7263
3045 건달 바람의종 2007.06.01 8453
3044 건더기, 건데기 바람의종 2012.11.05 11446
3043 걷잡아 / 겉잡아 바람의종 2010.03.19 12175
3042 걸리적거리다 바람의종 2010.08.15 9672
3041 걸맞는? 걸맞은? 바람의종 2009.12.18 9536
3040 걸맞은, 알맞은 바람의종 2008.04.07 8971
3039 걸신들리다 바람의종 2007.12.27 12535
3038 걸씨 오갔수다 바람의종 2009.10.08 7591
3037 걸판지게 놀다 바람의종 2012.05.09 1217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