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신거리다
'정문에서 경비원한테 여러 번 굽신거린 뒤에야 겨우 안으로 들어갔다.'
이처럼 '고개나 허리를 가볍게 구부렸다 펴거나 남의 비위를 맞추려고 비굴하게 행동하는 모양'을 표현할 때 '굽신거리다'로 쓰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허리를 굽히는 것이므로 '굽다'의 '굽'에 '신(身)'이 결합(굽+신)된 것으로 알고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인 듯싶다. 하지만 '굽신거리다'는 표준어가 아니다. '굽실거리다' '굽실대다'가 표준어다.
'저 사람은 사장 앞에서는 그저 굽실거리기만 하는 사람이다''○○○에게 굽실거리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현 정부에서 제외됐다'처럼 쓴다. (동작 또는 상태를 나타내는 일부 어근 뒤에 붙어)'그런 상태가 잇따라 계속됨'의 뜻을 더해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 '-거리다'는 대체로 '-대다'와 바꿔 쓸 수 있다. '구시렁거리다' '넘실거리다' '꿈틀거리다' '움찔거리다' '방실거리다' 등이 있다. '굽실거리다'도 이와 같은 유(類)의 말이다. '몸을 앞으로 굽히다' '겸손하게 처신하다'를 뜻하는 '굴신(屈身)하다'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굴신(屈伸)하다'는 다른 말이다. 팔·다리 따위를 굽혔다 폈다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나이는 자기를 굽힘으로써 자신을 펴는 걸세. 펴고 있는 사람들 중에 자기를 굽히지 않았던 사람이 어디 있는가? 중국 사람이라면 이 굽힐 굴(屈)과 펼 신(伸) 두 글자를 마음속에 새기고 반복해서 그 뜻을 헤아려야 하네.'(중국 작가 옌전(閻眞)의 '창랑지수(滄浪之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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