딛었다, 디뎠다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예부터 무슨 일을 함에 있어 시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무엇을 시작했다'라는 의미로 '첫발을 딛었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여기에 옥에 티가 있다. '딛었다'를 '디뎠다'로 해야 맞다. '디디다'에는 모음 어미가 연결돼 '디뎠다(디디+었+다)'가 될 수 있지만, 이것의 준말인 '딛다'에는 모음 어미가 연결될 수 없다. 따라서 '딛었다'는 바르지 않다. 이는 '가지다'의 준말 '갖다'에 모음 어미 '-아(어)'가 연결된 '갖아(어)'가 바른 말이 아니고 '가져(가지+어)'로 써야 하는 것과 같다. 예문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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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슬며시 발판에 발을 디뎠다[딛었다(×)].
우리는 환경 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가졌다[갖었다(×)].
이러한 유형에 속하는 말로는 '머무르다/머물다, 서두르다/서둘다, 서투르다/서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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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오랫동안 한직에 머물러[머물어(×)] 있었다.
떠날 차비를 서둘러라[서둘어라(×)].
그는 애정 표현에 서툴렀다[서툴었다(×)].
그러나 모음 어미가 연결되지 않았을 때에는 준말의 활용이 가능하다. '딛다(딛고, 딛는 등)''갖다(갖고, 갖는 등)''머물다(머물고, 머물자, 머물며, 머무니 등)''서둘다(서둘고, 서두니, 서두는 등)''서툴다(서툴고, 서투니, 서툰 등)'가 그러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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