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9.18 17:09

비치다, 비추다

조회 수 11378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비치다, 비추다

'달빛이 비치는 밤인데도 그믐에 가까워 골목길이 깜깜해서 손전등으로 거리를 비추며 문 밖으로 나섰다.' 이 문장에서처럼 대부분 '비치다'는 목적어를 갖지 않고, '비추다'는 목적어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속이 비치는 분홍빛 여자 속옷'에서는 목적격 조사(-을/를)가 나오지 않으므로 '비치다'를 쓰고, '가로등이 거리를 비추었다'에서는 목적격 조사가 나오므로 '비추다'를 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이 원칙이 어긋날 때, 대부분의 사람이 표기에 혼동을 일으켜 잘못 쓰는 경우를 종종 본다. '비치다'가 목적격 조사를 동반하는 경우다. 주로 '…에/에게 …을' 형태로 쓰여 '얼굴이나 눈치 따위를 잠시 또는 약간 나타내다'라는 뜻(너무 바빠 집에 얼굴을 비칠 시간도 없다)과 '의향을 떠보려고 슬쩍 말을 꺼내거나 의사를 넌지시 깨우쳐 주다'라는 뜻(이번 선거에 출마할 의향을 어느 정도 측근들에게 비쳤다)을 나타낸다. 이때는 목적격 조사가 있지만 '비추다'를 쓰지 않고 '비치다'를 쓴다.

반대로 '비추다'가 목적격 조사를 동반하지 않는 경우다. 주로 '…에 비추어' 꼴로 쓰여 '어떤 것과 관련해 견주어 보다'의 의미(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 사업은 성공하기가 어렵다)를 나타낸다. 이때는 목적격 조사가 없지만 '비치다'를 쓰지 않고 '비추다'를 쓴다. 이렇듯 우리말은 그 의미를 잘 생각해야 바르게 표기할 수 있다.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64737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26071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02Sep
    by 바람의종
    2008/09/02 by 바람의종
    Views 8603 

    뇌졸증/뇌졸중

  5. No Image 02Sep
    by 바람의종
    2008/09/02 by 바람의종
    Views 7861 

    쓰레기 분리 수거

  6. No Image 03Sep
    by 윤영환
    2008/09/03 by 윤영환
    Views 8659 

    파랗다와 푸르다

  7. No Image 03Sep
    by 바람의종
    2008/09/03 by 바람의종
    Views 7612 

    바꼈다

  8. No Image 03Sep
    by 바람의종
    2008/09/03 by 바람의종
    Views 11915 

    통째/통채

  9. No Image 04Sep
    by 바람의종
    2008/09/04 by 바람의종
    Views 8218 

    반지락, 아나고

  10. No Image 04Sep
    by 바람의종
    2008/09/04 by 바람의종
    Views 8630 

    총각김치

  11. No Image 06Sep
    by 바람의종
    2008/09/06 by 바람의종
    Views 9138 

    첫째, 첫 번째

  12. No Image 06Sep
    by 바람의종
    2008/09/06 by 바람의종
    Views 8574 

    옥새와 옥쇄

  13. No Image 07Sep
    by 바람의종
    2008/09/07 by 바람의종
    Views 6637 

    그리고 나서, 그리고는

  14. No Image 07Sep
    by 바람의종
    2008/09/07 by 바람의종
    Views 5708 

    반딧불이

  15. No Image 09Sep
    by 바람의종
    2008/09/09 by 바람의종
    Views 8159 

    쇠발개발, 오리발, 마당발

  16. No Image 09Sep
    by 바람의종
    2008/09/09 by 바람의종
    Views 10339 

    들이키다, 들이켜다

  17. No Image 18Sep
    by 바람의종
    2008/09/18 by 바람의종
    Views 6322 

    음반이요?

  18. No Image 18Sep
    by 바람의종
    2008/09/18 by 바람의종
    Views 7564 

    주인공과 장본인

  19. No Image 18Sep
    by 바람의종
    2008/09/18 by 바람의종
    Views 8543 

    봉숭아, 복숭아

  20. No Image 18Sep
    by 바람의종
    2008/09/18 by 바람의종
    Views 8863 

    '첫'과 '처음'

  21. No Image 18Sep
    by 바람의종
    2008/09/18 by 바람의종
    Views 11378 

    비치다, 비추다

  22. No Image 18Sep
    by 바람의종
    2008/09/18 by 바람의종
    Views 11746 

    작렬, 작열

  23. No Image 19Sep
    by 바람의종
    2008/09/19 by 바람의종
    Views 9763 

    남사, 남새, 남살, 남우사스럽다

  24. No Image 19Sep
    by 바람의종
    2008/09/19 by 바람의종
    Views 7885 

    냉면 사리

  25. No Image 19Sep
    by 바람의종
    2008/09/19 by 바람의종
    Views 17014 

    으뜸, 버금, 맞먹다, 필적하다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4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