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햇볕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영롱한 서정을 노래한 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의 일부다. 시인이 해를 '햇발'로 표현한 것처럼 우리말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또 다른 말로 '햇볕'과 '햇빛'이 있다. 표현의 대상이 같지만 쓰기에 따라 감칠맛이 다르다.
'햇빛'은 해에서 나오는 빛(光)이다. 시신경을 자극해 물체를 볼 수 있게 하는 전자기파로 '밝음'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따라서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시다' '전등빛이 햇빛처럼 밝다' '풀잎마다 맺힌 이슬방울이 햇빛에 반사돼 반짝인다' '여름의 강렬한 햇빛은 녹음을 짙게 한다'처럼 해의 빛과 관계되는 여러 현상을 나타낼 때 쓰인다.
이와 달리 '햇볕'은 '해가 내리쬐는 뜨거운 기운'이다. '열(熱)'과 관계되기 때문에 살갗을 통해 자극의 정도를 느낄 수 있으며, 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쓰이는 예도 '햇볕에 피부가 많이 그을렸다' '양지 바른 곳에 앉아 햇볕을 쪼이며 추위를 녹였다' '가을 햇볕에 고추가 잘 말랐다' '산악지대에서는 여름철에도 대낮에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이 엷어지면 냉기가 돈다' 등에서 볼 수 있다.
장마가 시작됐다. 눅눅한 이불에 불쾌해진 주부들, 공을 차는 아이들 모두 평소엔 몰랐지만 한줄기 햇빛과 쨍쨍한 햇볕이 금세 그리워진다.
김준광 기자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44333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90806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05982 |
1982 | 부릅뜨다 | 바람의종 | 2010.01.11 | 8784 |
1981 | 승냥이 | 바람의종 | 2010.01.11 | 10785 |
1980 | 문장의 앞뒤 | 바람의종 | 2010.01.10 | 8211 |
1979 | 어수룩하다와 어리숙하다 | 바람의종 | 2010.01.10 | 9918 |
1978 | ‘-데’와 ‘-대’의 구별 | 바람의종 | 2010.01.10 | 10192 |
1977 | 메가폰과 마이크 | 바람의종 | 2010.01.10 | 7898 |
1976 | 옴시레기 | 바람의종 | 2010.01.10 | 7164 |
1975 | 번역 투 문장 | 바람의종 | 2010.01.10 | 7217 |
1974 | ~으로 / ~을 알고 있다 | 바람의종 | 2010.01.09 | 9728 |
1973 | ‘이다’‘아니다’와만 결합하는 ‘-에요’ | 바람의종 | 2010.01.09 | 6831 |
1972 | 체언의 쓰임새 | 바람의종 | 2010.01.09 | 9093 |
1971 | 시라소니 | 바람의종 | 2010.01.09 | 8137 |
1970 | 러닝셔츠 | 바람의종 | 2010.01.09 | 7637 |
1969 | 앙사리 | 바람의종 | 2010.01.09 | 8659 |
1968 | 부축빼기 | 바람의종 | 2010.01.08 | 9898 |
1967 | 사이시옷 적기 | 바람의종 | 2010.01.08 | 7217 |
1966 | 어금지금하다 | 바람의종 | 2010.01.08 | 10520 |
1965 | 꼽다시 | 바람의종 | 2010.01.08 | 10543 |
1964 | 죽음을 이르는 말들 | 바람의종 | 2010.01.08 | 14181 |
1963 | 고래 | 바람의종 | 2010.01.08 | 7558 |
1962 | 초죽음 | 바람의종 | 2010.01.06 | 10815 |
1961 | 표준어와 방언 | 바람의종 | 2010.01.06 | 93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