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7.24 15:53

햇빛, 햇볕

조회 수 8445 추천 수 2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햇빛, 햇볕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영롱한 서정을 노래한 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의 일부다. 시인이 해를 '햇발'로 표현한 것처럼 우리말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또 다른 말로 '햇볕'과 '햇빛'이 있다. 표현의 대상이 같지만 쓰기에 따라 감칠맛이 다르다.

'햇빛'은 해에서 나오는 빛(光)이다. 시신경을 자극해 물체를 볼 수 있게 하는 전자기파로 '밝음'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따라서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시다' '전등빛이 햇빛처럼 밝다' '풀잎마다 맺힌 이슬방울이 햇빛에 반사돼 반짝인다' '여름의 강렬한 햇빛은 녹음을 짙게 한다'처럼 해의 빛과 관계되는 여러 현상을 나타낼 때 쓰인다.

이와 달리 '햇볕'은 '해가 내리쬐는 뜨거운 기운'이다. '열(熱)'과 관계되기 때문에 살갗을 통해 자극의 정도를 느낄 수 있으며, 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쓰이는 예도 '햇볕에 피부가 많이 그을렸다' '양지 바른 곳에 앉아 햇볕을 쪼이며 추위를 녹였다' '가을 햇볕에 고추가 잘 말랐다' '산악지대에서는 여름철에도 대낮에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이 엷어지면 냉기가 돈다' 등에서 볼 수 있다.

장마가 시작됐다. 눅눅한 이불에 불쾌해진 주부들, 공을 차는 아이들 모두 평소엔 몰랐지만 한줄기 햇빛과 쨍쨍한 햇볕이 금세 그리워진다.

김준광 기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98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56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1568
3344 ‘폭팔’과 ‘망말’ 風文 2024.01.04 851
3343 순직 風文 2022.02.01 854
3342 마그나 카르타 風文 2022.05.10 857
3341 개헌을 한다면 風文 2021.10.31 859
3340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이제 '본전생각' 좀 버립시다 風文 2022.02.06 859
3339 역사와 욕망 風文 2022.02.11 860
3338 말과 공감 능력 風文 2022.01.26 861
3337 올해엔 저지른다, ‘죄송하지만’ 風文 2022.08.04 861
3336 온나인? 올라인? 風文 2024.03.26 862
3335 고백하는 국가, 말하기의 순서 風文 2022.08.05 863
3334 잃어버린 말 찾기, ‘영끌’과 ‘갈아넣다’ 風文 2022.08.30 864
3333 주시경, 대칭적 소통 風文 2022.06.29 867
3332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868
3331 금새 / 금세 風文 2023.10.08 868
3330 외국어 선택, 다언어 사회 風文 2022.05.16 871
3329 상석 風文 2023.12.05 871
3328 ‘파바’와 ‘롯리’ 風文 2023.06.16 872
3327 발음의 변화, 망언과 대응 風文 2022.02.24 874
3326 쓰봉 風文 2023.11.16 876
3325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 風文 2022.05.17 881
3324 언어와 인권 風文 2021.10.28 882
3323 일고의 가치 風文 2022.01.07 88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